[김현식의 건강이야기] 헬리코박터와의 불편한 동거
[김현식의 건강이야기] 헬리코박터와의 불편한 동거
  • 경남일보
  • 승인 2022.05.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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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바로마디 정형외과신경외과내과 소화기내시경세부전문의, 내과전문의 원장)
위암은 음주, 흡연, 짠 음식, 탄 음식, 신선하지 않은 먹거리와 헬리코박터 감염 등이 원인으로 알려진 질환이다. 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냉장고 보급이 떨어지고 식문화나 먹거리의 상태가 나쁜 후진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여러 분야에서 후진국을 벗어나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위암 발생률은 과연 줄어들었을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악성종양은 위암이며 심지어 세계에서 위암의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 역시 우리나라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경제발전과 함께 위암의 발생률이 급격히 떨어진 다른 나라와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있으나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지목되는 것은 높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률이다. 과거에 비하여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전체 성인의 약 50%는 감염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Helicobacter pylori)은 1994년 세계보건기구 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세균이다. 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급성위염, 만성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림프종의 원인이기도 하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속 점막 안에 자리를 잡아 높은 강산의 환경 속에서도 생존한다. 한번 자리를 잡은 헬리코박터균은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는 없으며 평생 위점막의 염증을 유발한다. 염증이 발생한 점막은 별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정도의 경미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과도한 음주, 흡연, 스트레스, 진통소염제의 과도한 복용과 같은 요인이 더해지면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면 원치 않는 헬리코박터와의 동거를 어떻게 하면 끝낼 수 있을까? 헬리코박터는 박테리아 즉 세균이므로 항생제를 복용하는 제균치료를 사용해 볼 수 있다. 제균치료는 개개인의 여러 가지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선정하게 된다. △소화성궤양 △저등급 MALT 림프종 △조기 위암 절제술 후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이 있는 경우에는 제균치료가 강력히 필요하며 △위선종의 내시경 절제술 후 △위암 가족력 등이 있는 경우에도 고려될 수 있다.

제균치료는 항생제와 위산분비억제제를 조합하여 총 14일간 시행된다. 14일간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다 보니 설사, 소화장애, 미각이상, 흑색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대부분 경미하여 치료를 중단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1차 치료의 성공률은 70% 정도로 조사된다. 아쉽게도 1차 치료가 실패하면 1차 치료에 사용하지 않았던 약물을 사용하여 2차치료를 진행하며 치료 성공률은 95% 로 높아질 수 있으나 약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좀 더 높은 편이다. 제균치료 8주 이후에는 요소호기검사로 성공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40세 이상 성인에 대하여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 혹은 위장조영술을 위암 검진으로 제공하는 나라이다. 그 중 위내시경은 위장조영술에 비하여 위, 식도, 십이지장에서 발생한 질환과 헬리코박터균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정확하고 안전하며 간단한 검사법이다. 하지만 실제 위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비율은 약 40% 정도에 불과하다. 더 이상 위건강을 지킬 수 있는 60%의 기회를 날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김현식 바로마디 정형외과신경외과내과 소화기내시경세부전문의, 내과전문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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