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누리호 발사와 대한민국 사천 항공우주청의 미래
[기고]누리호 발사와 대한민국 사천 항공우주청의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22.05.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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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헌 (한국항공우주산업 미래사업부문장 상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섰다. 다음달 15일 예정인 2차 발사가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위성체를 국산 대형 로켓에 탑재해 언제라도 우주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국가는 7개국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은 우주개발을 선도한 미국과 러시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중국과 프랑스, 일본, 유럽연합을 바짝 추격하는 자리에 올랐다.


누리호 2차 발사는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로서도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누리호는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가 지나온 길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자 미래를 향한 발판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우주개발에 나선 시점을 대부분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궤도에 올린 1992년 8월로 손꼽지만 실제 착수 시점은 이보다 훨씬 이르다. 


故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불모지였던 1972년부터 국산 미사일 개발을 시작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978년 9월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2단 분리 백곰 지대지 미사일 공개 시험 발사에 성공했던 순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백곰 미사일로 세계 7번째 탄도미사일 보유국인 된 한국의 미사일 개발 능력은 43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누리호에도 백곰 미사일의 유전인자(DNA)가 담겨 있다. 누리호에 탑재되는 전자제어시스템은 백곰 개발팀의 일부가 비행 및 탄도 분석과 제어 기술을 축적,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우주개발에는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들의 관심과 지원이 녹아 있다. 누리호는 기술적으로도 한국의 발전사와 외교사가 담겼다. 미국에서 배우고 익힌 기술과 경제협력 차원에서 획득한 러시아 기술, 순수 국내 기술이 혼합해 한국형 발사체로 진화한 게 바로 누리호다. 누리호야말로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우리가 지나온 모든 시대의 염원이자 현대사를 관통하는 가치인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우주개발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지만 두 가지 필수 점검 사안이 있다.


첫째, 뉴스페이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너나없이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를 강조하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술과 자본이 넘치는 미국만 가능한 목표다.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우주와 항공은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올드스페이스의 기반이 없는 뉴스페이스는 존재할 수 없고, 올드스페이스는 항공 기술이 대기권을 뚫으며 탄생했다. 모든 선진국들이 이런 경로를 밟아왔다.


둘째는 선택과 집중에 있다.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를 보면 철저한 계획에 의한 효율 극대화 전략이 엿보인다. 우주개발 선진국치고 국내 경쟁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는 전무하다. 민간화 성과가 두드러진 미국에서도 우주 혁신기업들의 주요 발주처는 미국 정부다. 지금 한국에서 정부 출연연구소 보유기술의 민간기업 이전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육성책이다. 인공위성이 획득한 정보의 재활용이나 위성간, 위성과 지상, 휴대전화간 통신 분야에서 민간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주목할 대목은 새 정부 우주 정책의 방향성이 옳은지 판단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약한 대로 항공우주청을 사천에 조속히 신설할 필요가 있다. 사천만큼 항공우주산업의 생태계를 갖춘 지역도 없다. 정부의 빠르고 정확하며 효율적인 정책 집행 능력을 기대하며 미래를 힘차게 개척할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축원한다.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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