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오월의 단상
[교단에서]오월의 단상
  • 경남일보
  • 승인 2022.05.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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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시인·장학사)
최숙향


피천득의 아래 글처럼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라운 오월이 가고 있다.

‘...신록을 바라다보면/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참으로 즐겁다//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나는 오월 속에 있다…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유월이 되면/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우거지리라/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시작할 것이다/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가고 있다’

일상을 회복한 듯한 비교적 안정된 오월이었다. 코로나가 다시 크게 유행될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와중에 지난 일주일간 환자수가 전주보다 20여% 줄었다는 기사가 그저 반갑기만 하다. 도처에서 공연도 열리고 대면 행사가 시작됐다.

지난 주 거창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에서는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의 날을 운영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공개수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게 운영되었는데, 예상 밖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많은 수의 학부모가 참석했다. 참관하는 학부모가 학생들보다 많아 보이는 반도 있었다. 원격수업으로 점철되었던 코로나 시대를 겪고 학생들의 학습에 학부모의 집중되는 관심이 느껴졌다. 영재교육원 강사는“일상으로 회복되는 우리 사회 및 학교의 모습에 더욱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한다.

거창교육지원청에서는 유월 중순에는 초·중학생 및 교직원 170명을 대상으로 작가와의 만남도 운영한다. 심금을 울리는 ‘연탄길’의 저자 이철환 작가를 초청하여 ‘마음으로 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경상남도교육청의 2022년 한 학교 한 책 읽기 지원 계획에 의거하여, 코로나19 극복 및 일상으로의 회복과 우리 사회의 따뜻한 삶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나아가 독서교육의 내실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이다. 한 책 읽기 후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나누고 확산시키며 인문학의 즐거움으로 코로나19에 지친 학생과 교직원의 심리·정서를 치유하고 교육회복을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혼탁한 선거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햇살을 향해 얼굴을 내민 새싹들이 자잘한 웃음소리를 내며 번져가는 듯한 싱그런 오월의 모습이다. 우리는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의 순간들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행복의 그늘을 마련해 줄 짙은 녹음이 우거져 갈 유월엔 더욱 배려하고 조심하며 잘 어우러져 나가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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