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6·1 지방선거 앞에선 유권자
[경일포럼]6·1 지방선거 앞에선 유권자
  • 경남일보
  • 승인 2022.05.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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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윤창술 교수


무늬만 지방 선거, 소위 ‘지방이 없는’ 지방 선거일이 성큼 다가왔다. 지방 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이고, 지방 선거는 생활밀착형 선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버리는 정당공천제 하에서 치러지는 지방 선거이기에 후보들은 정당을 배경으로 한 노선 경쟁만 앞세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후 두 달여 만에 치러지면서 ‘대선 2라운드’라는 말이 당연시되고 있다. 역대 최저 표 차이로 정권이 교체된 데다 여소야대 구도 때문에 거대 양당은 지방선거를 향후 정국 주도권 장악의 중요한 기회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어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지역 대리인’을 뽑는 정치 승부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선은 국가 전체의 원칙을 제시하는 인물을 뽑고 지방선거는 그 지역 생활 단위의 일꾼을 뽑는 선거이다. 사람의 핏줄에 비유하면 대선은 대동맥이고 지선은 소동맥과 실핏줄이라 할 수 있다. 대동맥은 대동맥대로, 소동맥과 실핏줄 또한 그에 걸맞는 기능을 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중앙정치와 풀뿌리 지방정치 역시 그 역할이 서로 달라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축소판으로 전락하면서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평균 50% 중반대로 유권자의 관심도마저 낮다. 한꺼번에 최소 7명을 뽑는 선거이다 보니 제대로 된 선택이 불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거대 양당 중심의 파당 정치이다. 건강한 양당 체제라기보다는 양극화라는 진영 나눔에 가깝다. 상대 주장에 ‘무조건 거부’부터 하고 보는 이러한 비토크라시(Vetocracy)가 지방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렇게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다 보니 이번 대선 결과의 영향으로 서쪽 경남 지역은 소위 ‘빨간 색 막대기’를 꽂기만 해도 당선된다는 분위기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은 지역패권 구도를 더욱 고착화 시킬 뿐이므로 모두의 자성이 요구된다. 이런 분위기가 되다 보니 심지어 정당공천 없는 교육감 투표마저도 후보자의 구체적인 정책은 뒷전이고 색깔론이 비집고 올라와 진영 간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방선거 제도의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그럼에도 제도 개선 없이 현 상태로 치러지는 이번 6·1 지방선거에선 언제나처럼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권자는 지방 풀뿌리 정치를 중앙정치의 정쟁 축소판으로 전락시키는 중앙정치권의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어느 후보가 한발 앞서서 주민의 삶에 밀착하는 지역 정책을 잘 수립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후보자가 진영 논리만 앞세워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 않은지, 성장을 지향하기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함몰되는 일관성 없는 정책들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지나 않은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분위기라면 같은 당적의 후보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정당공천으로 당선된 지방의원이나 시장, 군수에게 국회의원의 뜻을 거스르라고 하거나 국익이나 지방 전체의 이익을 살펴봐 달라고 하는 그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옳은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후보가 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부울경메가시티 구축과 관련하여 낙후된 서쪽 경남 지자체장들의 능력과 맨파워는 창원을 비롯한 동쪽 경남의 지자체장보다 더 강해야 한다. 아울러 상식 이하의 후보자를 가려내는 정도의 마지노선도 지켜져야 한다. 후보자 공보물의 ‘제2쪽만’ 살펴봐도 지나온 행적을 알 수 있다. 누구나 해도 되는 게 정치이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게 또한 정치라고 하지 않은가. 지방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시기를 당길 수 있을지의 여부는 오롯이 유권자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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