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선호투표제 도입은 정치혁신의 '첫 단추'
[경일칼럼]선호투표제 도입은 정치혁신의 '첫 단추'
  • 경남일보
  • 승인 2022.05.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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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인준 (진주 당당한의원 대표원장)
어인준

 

지방선거에 도전한 많은 예비후보들 중 일부만이 정당 공천을 받았다.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자 하는 의지의 불꽃이 사라지지 않도록 다음 선거에서 쉽게 공천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을 공개한다. 그것은 바로 선호투표제의 도입이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출마한 후보 중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순위를 매겨 투표하며 당선자가 결정될 때까지 최하위 후보의 표를 나눠가지는 방식의 투표제도이다. 뉴욕시는 2019년부터 시장 등 공직자를 선출하는 데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또 미국의 일부 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유럽과 호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대선 등 당내 경선에서 활용된 바가 있다.

선호투표제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사표의 발생이 최소화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 소신투표를 할 경우, 최악의 후보가 당선이 될 것을 걱정해, 지지율이 높은 차악의 후보에게 투표를 하게 된다. 이러한 선거가 과연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경우 정책이 투명한 새로운 정당이나 정치신인이 표를 받을 가능성은 훨씬 낮아진다. 정치입문에 진입장벽이 생겨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결국 부패로 이어지기 쉽다.

정당의 여러 후보들에게 공천을 줄 수 없는 이유는 지지층이 분산되어 다같이 낙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신인이 섣불리 진출할 수 없는 이유는 당선 유력후보의 표를 잠식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호투표제를 통해 선순위에 원하는 후보를 기표한다면 이런 문제 모두가 깔끔하게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정당은 지금보다는 더 많은 후보에게 사표라는 부담 없이 공천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제도의 개편이 간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공천을 똑같이 받아 계급장 떼고 실력으로 승부하고 싶은 후보들은 선호투표제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사전투표일 불과 하루전에 단일화를 선언한 안철수 대선후보는 대선이 선호투표제로 진행됐다면 단일화 여부에 대해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보수, 진보 모두 단일화의 압박 때문에 입후보를 포기해야 했던 예비후보들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제공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선호투표제가 적용됐다면 수많은 당선인이 뒤바뀌었을 것이다.

하나의 투표지에 선호순위를 통해 정책에 대한 더 정교한 민의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선호투표제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판단이 어려운 군소후보들에 대한 투표결과도 지금보다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고, 낙선된 후보의 좋은 정책도 명분 있게 반영될 수 있다. 선호투표제가 적용되면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 2개로 쪼갤 필요도 없어진다. 소수정당을 위한 의석배분도 중요하지만 나눠먹기식으로 민의에 반해 배분되지는 않게 된다. 선호투표제는 장점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선호투표제 도입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유권자의 이해 부족도, 개표의 복잡성도 해결이 어렵지 않다. 결국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정치기득권의 개혁의지이다.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제도의 도입은 공천권과 같은 정당의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다. 강력한 여론의 형성이 선호투표제의 도입을 관철시킬 수 있다.

어떤 선거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다. 히틀러도 사전작업을 통해 결국 선거로 당선됐다. 따라서 정말 좋은 선거제도라도 시민의식 없는 투표는 독재와 파시즘으로 연결된다. 선호투표제 역시 불완전한 제도이다. 그렇지만 첫 선거에서 1%의 득표를 받은 정치신인도 다음선거에서는 5~10%를 꿈꾸며 차곡차곡 지지율을 쌓아 올리는 비전을 가질 수 있는 투표제도이다. 거대정당의 그늘에서 사표라는 이름으로 외면되지 않고, 정당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정책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선호투표제이다. 우리 지역의 인재들이 부당한 정치 진입장벽에 희생되지 않도록 다음 총선과 지선에서는 선호투표제 도입을 위한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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