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감이 뭐길래 지방선거에서 뽑을까
[기고]교육감이 뭐길래 지방선거에서 뽑을까
  • 경남일보
  • 승인 2022.05.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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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하 (전 하동교육장)
박선하 전 하동교육장


6월 1일 지방선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7~8장의 투표용지에 확실하게 누굴 찍겠다고 정한 뒤 투표장에 들어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 중 가장 불확실한 투표 대상이 교육감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행정 최고 책임자인 만큼 그 권한과 책임이 방대한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무관심 속에 있다 보니 교육감의 교육사상이나 능력에 따라 각 시 도의 격차가 나타나고, 때로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통제할 길이 없다.

이렇게 국민의 무관심 속에 빚어진 현재의 교육은 전통적인 가치관이 사라지거나 왜곡되고, 각 개인이 추구하는 행복의 터전인 자유민주주의라는 절대적 국가관조차도 흔들리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작금의 학력 저하 문제, 인성 관련 문제에 더하여 어른들보다 더 끔찍한 각종 사건 사고에 혀를 내두르는 일이 비일비재해도 그저 세상 탓을 하거나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이고 퇴행적인 문화를 잉태시키고 있다. 정치와 경제에 갖는 관심의 일부분만이라도 교육 문제에 귀 기울이고 공론의 장으로 나와 함께 걱정해야 한다. 그 일의 출발점이 바로 교육감 선거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문제는 교육감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문제다? 교사가 문제다? 학교가 교육 현장이니만큼 학교와 교사의 책임이 무겁다. 학교와 교사가 왜 국민의 요구만큼 교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까? 많은 요인이 있는 게 지금의 교육 현실이다. 몇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국가의 교육이념이 전통에서 벗어나고 있다. 가장 중요시해야 할 ‘충효예’ 교육과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진 국가들은 역사교육으로 국민을 단결시키고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둘째, 학교와 교사에게 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다. 학교경영자인 학교장에게 당연히 있어야 할 교사 지도와 감독권이 유명무실하다. 교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알 수 없고, 지도 능력을 함양시키려는 학습지도 관련 각종 대회마저 없애버렸다. 어릴 때는 옳고 그름의 개념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시기라서 행동에 대한 자기통제력이 부족하다. 꾸준히 지켜보며 바르게 가르쳐야 하지만 그러한 권한 행사를 할 수 없다. 교사는 끊임없이 연찬하고 고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공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할 땐 열정으로 뭉친 수재 교사들이 단순 교육기술자가 되어버린다. 교사는 전통적으로 성직관, 전문직관을 핵심 가치로 여기면서 학생을 가르쳐왔다. 지금의 현장은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라는 말이 충격적이지 않다.

셋째, 모두가 평등해야 행복하기 위해서 수월성 교육과 평가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관점의 오류이다. 교육은 본디 보수적이다. 전통적 가치 위에 점진적으로 변화, 발전되어 가는 것이다. 수월성 교육이란 소수의 수재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개인차를 존중한 개개인의 소질을 찾아 키워줌으로써 각자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현시켜 궁극적으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다. 평가는 줄 세우기가 아니다. 교사에게는 학습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파악하여 피드백하는 기회이다. 학생은 현재의 학업 실태를 알아봄으로써 다음 학습계획을 수립하고 스스로 마음 다짐을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육감은 막중한 교육적 책임을 지고 교육의 방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다. 어떤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을 바르게 이끌고 나가면서 우리 아이들의 현재를 가치롭게 살아가고 미래를 아름답게 꿈꾸게 할까. 6월 1일 투표장을 향하는 도민들의 마음속에 교육감 투표가 가장 강하게 자리 잡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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