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경일춘추]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5.3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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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인 (문화해설사)

민영인

이제 긴 여정은 막을 내리고 결과만 남겨두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게 될 것이다. 준비는 제대로 했었는가, 과정 속에 부족함은 없었는가, 정말 진심을 다 했는가를 생각해보자. 바둑의 고수인 조훈현씨는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가 좋다고 무조건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원하는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고 실패라고 단정할 수가 있을까? 의도와 과정이 무시되고 무조건 최종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결과편향(Outcome Bias)’은 천박한 속물적 사고라고 말하고 싶다. 결과가 나쁘면 실패라고 인식하니까, 가짜 스펙쌓기와 네거티브 공격도 전술의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역으로 선택을 해야 되는 입장을 한 번 고려해 보자. 선택해야 할 것이 많을 때는 행복한 고민이 되겠지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선택해야 되는 경우에는 스스로 선택권을 포기하게도 만든다. 아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무효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을 한다. 흔히 ‘최선도 없고, 차선도 없다. 그래서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는 차악이라도 선택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논리가 떠돌았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선택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choice)’라는 책에서 개인적 자유의 상징인 선택권이 오히려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좌절시킨다고 말했다.

과연 기회는 공정했고, 과정은 정의로웠는가?

지금 농촌은 봄 농작물 수확과 모내기로 한창 바쁜 계절이다. 농번기에 땀 흘리지 않은 농부는 많은 수확을 바라지 않는다. 자연은 딱 그만큼의 결과만 보여준다. 결과에 대한 승복은 과정에 있다. 만약 과정이 정의로웠다면 승자는 흔들림 없이 초심을 유지할 것이고, 패자에게도 다음에는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망양보뢰(亡羊補牢)는 중국 전한 때의 학자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초책〉에서 유래한 성어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식으로,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오히려 실패나 손실을 당한 뒤에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차후의 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많이 활용된다.

승자나 패자 모두 정당한 수단과 방법은 사용했지만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를 돌이켜보자. 지금부터 준비하는 자가 다음 번에 승자가 될 수 있다. 승자는 이번에 이겼다고 우쭐대지 말아야 할 것이며, 패자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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