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골목길은 창조적 산업단지다
[기고] 골목길은 창조적 산업단지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5.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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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익 (창원시 합성2동 주민자치회장)
장광익

뉴욕은 여행의 천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 중의 하나이다. 금융, 패션, 광고,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의 중심이기도 하다. 맨해튼 도심의 스카이라인은 감탄 그 자체며, 영화의 단골 배경인 타임스퀘어, 뭇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센트럴 파크 등 뉴욕에는 부러움을 자아내는 요소가 가득하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뉴욕도 1970년대에는 더럽고 위험한 도시의 대명사였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지하철에는 험악한 낙서가 넘쳤다. 곳곳에서 소매치기와 강도가 들끓었다. 기업은 떠났고 청년들도 더는 도시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쇠퇴해 가던 도시가 선망의 도시로 180도 바뀌게 된 것은 도시 재생의 힘이다. 현재 뉴욕은 도시 재생의 선두이자 표본으로 평가받는다. 뉴욕은 낙후된 지역의 건물과 시설을 파괴하지 않고 ‘보존 속 개발’의 방식으로 도시를 재창조했다. 그 결과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뒀다.

합성2동은 마산이 전국 7대 도시이던 시절, 창동과 함께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자유무역지역과 한일합섬의 배후도심으로서, 주민들은 경제 호황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일합섬과 같은 지역기업의 몰락과 도시 경제력 축소 등 마산이 쇠퇴의 길에 접어들자, 합성2동 또한 그 유탄을 정면으로 맞았다. 합성2동의 인구는 10년 전과 비교해 30%나 감소했고, 거주인구는 40세 이상 중장년 인구가 70%를 차지한다. 지역이 활력을 잃었다. 상권은 계속 쇠락하고 도심이 점점 낡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이 떠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주민들의 지역사랑도 줄어들까 걱정이다.

더는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지역을 사랑하는 주민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뉴욕은 ‘I♥NY’ 슬로건과 도시 재생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다행히 합성2동에도 유사한 움직임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 지난해 지역활동가와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골목길 ; 잇다’ 사업을 추진했다. 낡아서 통행을 꺼리던 골목길을 안심되고 감성 충만한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이제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주민공동체 사업도 진행했다. 합성2동 주민은 작년 성과를 발판삼아 올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 마을 골목길을 예술,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 창조적 산업단지로 만드는 ‘골목 문화 만들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골목의 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마을 단위의 자발적인 도시재생 사업’인 셈이다.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것은 많은 자본과 거대한 인프라가 아니다. 바로 사람이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긍정적인 변화는 지역의 시간과 공간을 변화시킨다. 그 변화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골목은 사람 중심 경제의 1차 실험장이다. 공연, 전시, 출판, 창작이 이뤄지는 창조적 산업단지다. 골목이란 좁고 짧다고 해도, 풍부한 멋과 변화를 지닌 장편소설과 같다. 골목을 걷다 보면 옛 시간이 켜켜이 쌓인 멋스러운 건물, 독특한 표지판, 개성 있는 벽화 등에 의해 우리는 큰 영감을 받는다. 이러한 것들은 골목길에 창의적 창업자의 진입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이다. ‘합성2동 골목 문화 만들기 실험’은 행정과 지역활동가, 시민단체, 예술인, 지역대학 모두가 힘을 합쳐 추진할 계획이다. 합성2동에 젊은이들이 모이고 새로운 산업이 창조되는 ‘골목길 산업단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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