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경일포럼]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 경남일보
  • 승인 2022.05.31 2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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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웅호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교육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함으로 18개 부처 장관의 임·지명의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이에 앞서 정부 부처 차관급 인사와 함께 단행된 대통령실 인선을 보고 언론에서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의 편중 인사라 평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과 검찰 출신이 두드러진 반면, 젊은 층과 여성들은 소외되었다. 다양성 부족을 지적하는 여론에 대해 대통령실은 “실력으로 사람을 중용했고, 지역과 성별 안배 같은 인위적 나눠 먹기는 하지 않았다”라고 밝히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 내각 각료와 처·청장 차관 및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급 등 총 109명의 인사를 분석한 전국지 언론 자료를 이용하여 살펴본다. 평균연령은 56.8세로 50대가 77명(70.6%)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60대 26명(23.9%), 40대 5명(4.6%)이며 30대는 한 명도 없다. 성비는 91.7%(100명)가 남성이며, 여성은 8.3%(9명)에 불과하다. 사회는 MZ세대 젊은이와 여성 중심이 트렌드를 이루는데 국가 운영 시스템은 역행하고 있는 구조다. 출신 지역은 서울과 영남이 각각 32명(29.4%), 40명(36.7%)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출신학교도 서울대가 50명(45.9%)을 차지해 불균형은 도를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통령은 지역과 성별 안배 없이 실력과 전문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봤다고 한다. 이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럼 역으로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국정운영에 실력과 전문성이 있는 여성은 8.3%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남녀 갈라치기이며 여성에 대한 모독일 수 있다. 지역과 출신학교도 같은 설명을 할 수밖에 없어 새로운 분열과 배타(排他)가 일어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과거같이 일을 해봤거나 오랫동안 친분을 쌓으면서 ‘캐미’가 맞는 인사를 뽑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어느 칼럼니스트의 말이 맞는다.

‘인사는 만사’라 한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인사에서 실패의 단초(端初)가 되었다. YS·DJ 정권의 ‘민주화(민추협) 동지’,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포라인)’과 박근혜 정부의 ‘수첩 인사’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가 사달을 내, 정권 불행의 씨앗이 되어 왔음을 보았다.

실력과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양성이다. ‘요란하게 지저귀는 숲속의 새들에게 노래를 가장 잘하는 새만 노래하라고 하였더니 숲속 전체가 조용해지더라’라는 이솝 우화처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역동성이 없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때 한 외신 기자가 ‘남성 편중’ 인사를 지적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이를 시인한 후 “(여성 배려의)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 했다. 이어 단행한 인사에서 교육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식약처장(차관급) 등 3명 모두 여성으로 발탁한 이후 주말 특허청장의 인사에서도 여성을 임명함으로 여론을 수용하는 용기를 보였다. 이를 세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뚝심과 소신의 인사라기보다 ‘순발력 있는 인사’”라 말한다. 불통의 아집보다 국민의 소리를 받아들이는 순발력에 희망과 미래를 본다.

강인선 대통령 대변인은 “차곡차곡 지적과 비판이 쌓여 세상이 변하는 것”이라며서 “(남은 인선에서 성별 지역 안배 등) 여러 가지 할 듯하다”라고 말한다. 고집과 아집에서 벗어나 지적과 비판하는 목소리를 경청 수용할 줄 아는 지도자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대통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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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2022-06-01 09:08:11
동감합니다ㅡ좋은 평론 잘보았습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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