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숲, 계곡에 물이 마르고 있다
[경일포럼]숲, 계곡에 물이 마르고 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6.0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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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교수


봄은 다 갔다. 강렬한 여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필자는 지난겨울부터 수시로 산으로 조사를 나가는데 놀라운 일은 물이 모이는 집수유역이 100㏊에 가까운 숲속 계곡에서도 계곡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곡 바닥엔 돌만 하얗게 마르고 있었다. 계곡에 물이 없으니 개구리가 알을 낳을 곳도 없어졌다. 대유역(大流域)인 계곡에도 물이 말라가는 흔적이 역력했다. 계곡에 물이 마르니 하천에도 수위(水位)가 낮아지고 있다. 봄 가뭄이 오래 가는 이유도 겠다. 기상학자는 돌발가뭄의 원인도 있다고 하는데 돌발가뭄(Flash Drought)은 돌발홍수처럼 기습적으로 닥쳐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토양을 메마르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최근 들어 돌발가뭄의 발생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이나 강수 부족이 선행 원인으로 알려져 기후변화로 돌발가뭄 현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돌발가뭄 감지 기준을 4주 이내 정상 시기에서 극심한 가뭄 단계 이하로 심화할 경우로 정의했을 때, 즉 갑자기 발생해 대비하기 어려운 돌발가뭄은 우리나라에서도 2014∼2018년 5년 동안 10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기상 특성상 봄철에는 물이 부족하여 농사에 많은 지장을 주다가도 여름철에는 기후변화와 돌발홍수로 인한 재해가 빈발하며, 지질 구조상 대규모의 지하수 개발이 곤란한 실정이다. 연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9분의 1(세계 2만 6000㎥, 한국 2900㎥) 밖에 되지 않는데, 물 소비 수준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1인 1일 기준 한국 209ℓ, 영국 132ℓ, 독일 131ℓ)다. 게다가 수질이 악화하고 있는 것도 물 부족을 부채질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에 대한 산림면적률이 약 64%에 못 미치지만, 수자원 보전에 대한 산림의 역할이 매우 크다. 과거 산림녹화사업의 노력으로 지금은 산림 대부분이 울창하게 녹화되어 산림이 저류하는 물의 양이 증대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물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나무의 잎이나 가지에서의 차단, 증발산(蒸發散) 등의 작용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산림토양이 지닌 물을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목이 숲을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숲의 밀도가 크게 높아져 과도하게 수목이 많아진 것이다. 비는 안 오고, 가뭄은 계속되고, 산이 저류할 수 있는 물은 부족해지는데, 그 물을 사용하려는 수목은 많은 상황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계곡으로 빠져나오는 물이 부족하게 된 것.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가 내려야 하는데, 인위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솎아베기(간벌)와 가지치기 등 숲을 적당한 밀도로 가꾸어 주는 것이다.

‘숲 가꾸기’를 통해 산림이 지닌 녹색댐의 기능을 증진할 수 있는데, 현재 침엽수인공림의 경우 50% 강도의 간벌을 통해 산림의 수관에서 차단 증발함으로써 손실되는 수자원량 약 30%, 가지치기를 통해 수목의 잎에서 증산되는 손실량 약 23%를 감소시킬 수 있다. 숲을 초본 식생과 관목, 중간이나 상층에 아교목과 교목이 성장하도록 복층림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산림토양이 저류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증대시켜야 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물이 없다면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몸에서 2%의 물이 부족하면 갈증을 느끼고 사람에 따라서는 5% 이상 부족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계곡물이 풍부하게 흘러야 우리가 활용하는 수돗물이나 이용 가능한 물을 확보하기 쉬워진다. 산의 계곡물이 말라가니 하천수가 부족해 직접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숲에서 시작해야 한다. 숲 가꾸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예산을 늘리고, 적정한 밀도를 조절하기 위한 적극적인 산림행정도 필요하다. 가뭄 탓만 해서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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