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창녕박물관 ‘송현이’
[경일칼럼] 창녕박물관 ‘송현이’
  • 경남일보
  • 승인 2022.06.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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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능선과 산비탈에 크고 작은 곡선은 반월(半月)의 그것을 닮았다. 끌려 다가보니 옛적에 이 땅에서 살다간 사람들 집이고 오늘의 사람들은 고분이라 부른다. 고분군 사이 2차선 도로 위를 연신 차량이 오르고 내리며 그 옆에 창녕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 앞에 앳된 여인이 서있다. 깃을 단정하게 여민 분홍색 저고리를 걸치고 허리띠 매고 오른손을 왼손 위로 단정히 포개고 있다. 얼굴은 갸름하고 머리는 중앙에서 갈래로 트고 귀걸이를 하였는데 수심에 찬 표정이다.

첫 전시물은 비봉리 패총이다. 기원전 6000년경 통나무배와 망태기를 비롯한 다양한 토기 및 석기, 골각기 등이 사진으로 전시되었다.

이곳에 정착한 창녕 신석기인은 재첩, 굴, 꼬막 등 해수와 담수를 이용한 생업이 이루어졌고 주변에서 채집한 도토리, 솔방울, 조개 등을 먹고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개를 사육하는 등의 생활을 영위하였던 것이다. 유난히 눈길 끄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망태기와 최초의 똥 화석이다.

창녕지석묘(경남기념물 2호), 지석묘는 청동기시대 대표적인 무덤으로 ‘고인돌’이라고도 부르며 지배층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돌은 구릉 밑이나 평지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구릉의 정상부에 위치하는 특이한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이 고인돌의 학술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이다. 시신이 들어갈 공간이 턱없이 협소하여 시체의 팔다리를 굽혀 쭈그린 자세로 매장한 글장으로 보기도 한다.

가야는 낙동강 동쪽 일부 지역을 포함하여 낙동강 하류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지리산과 가야산 일대에 위치하여 동으로 신라, 서쪽은 백제이며 북으로 고구려에 접하고 있었다. 삼국지위서동이전에는 미리미동국, 접도국, 고자미동국, 고순시국, 악노국, 안야국 등으로 기록하고, 각 지역에 성립한 가야소국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비화가야(창녕)·아라가야(함안)·고령가야(함창)·대가야(고령)·성산가야(성주)·소가야(고성)·금관가야(김해), 일본서기에 탁순·탁기탄 등이 나온다. 이를 전기 가야연맹체라 부른다.

금관가야를 중심으로 전기 가야연맹은 4세기말~5세기 초에 멸망한다. 5세기 중엽에는 대가야를 중심으로 후기 가야연맹체로 나타난다. 6세기 초에 대가야는 가야 북부를 통괄하여 초기 고대국가를 형성하기도 하였으나 가야 전역을 통합하는 데 이르지 못하고 분열하였다, 532년 금관가야 명망하고 562년 대가야가 신라에 멸망함으로써 나머지 가야국도 신라에 병합되었다.

가야는 삼국과 오랜 경쟁 관계를 유지했다. 가야국을 포함하는 사국(四國)시대로 역사의 폭을 확장하기 위해 사료 수집과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창녕이란 이름은 고려시대에 정착된 것으로 그전까지는 화왕(火王)이라 불리었다. 신라 경덕왕 대에 한자식 이름으로 바뀌기 전까지 비자벌, 비사벌, 비화(非火), 비자화로 불리었다. 3세기경 창녕은 불사국이였다.

말과 머릿속으로 불러보고 그려왔던 그것을 본다. 초등학교 국사시간에 단골 출제로 진흥왕 창녕순수비이다. 모조 비석에 레이저빔으로 설명문이 투영되는데 떨리는 가슴으로 눈을 크게 뜨고 본다. ‘진흥왕 창령척경비’이다.

입구에서 마이크 앞에 다소곳이 서있던 그 여인은 전시관 깊은 곳에서 대하게 된다. 박물관 뒤쪽 목마산 아래 송현동고분군은 5~6세기 가야연맹을 구성했던 비화가야 대표고분군이다. 15호 고분에서 동쪽으로 머리를 두고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얌전히 누워있었다. 유골의 정강이와 종아리뼈가 닳아있어 무릎을 꿇는 시중 생활을 했음이 드러났다. 그것은 이승에서 끝나지 않고 저승까지 이어져 주인을 동행한 것이다. 밀랍으로 복원하여 출생지 송현동을 따서 이름을 ‘송현이’이라 했다.

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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