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쌀밥에 대한 단상(斷想)
[경일춘추]쌀밥에 대한 단상(斷想)
  • 경남일보
  • 승인 2022.06.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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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석 (대아고등학교 교감)
정규석 대아고 교감


학교에서는 날마다 점심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식당으로 가기 전에 미리 식단표를 살펴본다. 식단표는 영양교사가 한 달 치 식단을 짜서 매월 가정통신문으로 배부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식단표를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까지 나왔다.

학생들의 관심은 무슨 반찬이 준비되어 있는가에 쏠려있다. 메뉴에 고기류나 튀김류, 돈가스가 나오면 인기다. 식단에 대한 교직원들의 관심도 많다. 그런데 어느 정도 나이가 지긋한 교직원들은 반찬보다는 국에 먼저 눈길이 간다. 오늘은 무슨 국이 나올지에 관심이 많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공통점은 정작 밥 자체에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반찬이나 국이 어떤 것이냐에 쏠려있다.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식단에는 반드시 밥이 따랐다. 음식을 차린 상을 보통 밥상이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도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지어 이야기할 때 밥과 관련된 표현들을 예사로 많이 쓴다. ‘밥줄이 끊기다, 밥숟가락 놓다, 밥값하다, 밥벌이하다’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외에 밥과 관련된 속담들도 많다. 밥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깊이 관련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밥의 재료에는 쌀, 보리, 조, 밀, 귀리, 옥수수 등이 있다. 과거에는 쌀이 모자라면 싸라기로 죽을 쑤어 먹기도 했고, 구황작물로 감자나 고구마를 재배해 밥 대신 삶아 먹기도 했다. 필자가 어렸을 때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쌀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아 정부에서 혼식이나 밀가루로 만든 분식을 많이 먹도록 장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밥의 재료 가운데 가장 고급재료는 쌀이다. 쌀은 ‘모, 벼, 나락, 싸라기, 겨, 짚’ 등으로 다양하게 어휘가 분화되어 발달해 왔다. 우리 조상들은 벼를 재배하기 위해 모를 심을 때나 가을에 타작할 때면 함께 부르는 ‘민요’로 노동의 고충을 덜기도 했다. 탈곡하고 남은 짚도 초가지붕을 이거나 소를 키우기 위해 여물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식단은 대개 밥과 국, 그리고 반찬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밥이 가장 핵심이라 볼 수 있는데도 언제부터인가 먹는 문제에 어느 정도 풍족해지다 보니, 정작 사람들의 관심은 부수적인 부분에 더 많아졌다. 우리나라 사람은 외국에 좀 오랜 기간을 나가 있으면 ‘밥 구경한 지 오래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결국엔 밥을 찾게 된다는 의미다. 국이나 반찬과 함께 가끔은 하얀 쌀로 지은 밥에도 관심을 가지고 고마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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