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박동식 전 경남도의회 의장이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사천시장으로 당선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불공정한 경선이었지만 이겨냈고, 결국 그 꿈을 이루었다. 그는 도의원 4선에 의장까지 했다. 그 기간 타고난 성실함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오직 시민의 행복과 지역발전만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권위의식이나 사심 따윈 접어둔 채, 깨끗한 의정활동을 펼쳐온 인물로 평가 받았으니, 나름 성공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쌓아온 인맥을, 그냥 썩히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자신을 키워준 고향 사천을 위해 남은 열정을 쏟아 붓기로 했다. 그는 마지막이란 절박함으로 사천시장에 도전했고, 수많은 난관을 뚫고 정상에 우뚝 섰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어린 축하를 드리고 싶다.
그는 이제 망망대해에 떠 있는 ‘사천호’의 선장이 됐다. 그가 붙잡고 있는 조종간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느냐에 따라 사천호의 운명이 결정된다. 잔잔한 바다를 순항할 지, 거센 폭풍우를 만나 난파선의 최후를 맞을 지는, 오롯이 그의 판단에 달렸다. 그만큼 막중한 임무를 두 어깨에 짊어졌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고독한 자리에 앉았다. 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기간 그가 보여준 언행들에서 믿음이 가고, 그가 제시한 공약들은 현실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물인 ‘항공우주청’ 사천 설립이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반드시 지킬 것이라 생각된다. 누구보다 사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꿰뚫고 있기에, 시장이란 자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대도 큰 게 사실이다.
다만 걱정스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은 그에게 ‘권력이란 칼’을 잠시 맡겨 놓았다. 칼이란 본디 ‘요리사가 쓰면 도구가 되고 강도가 쓰면 흉기’가 된다. 우둔한 사람은 한 번 잡은 권력이 영원할거라 착각한다. 그래서 그 칼을 요리사가 아닌 강도처럼 마구 휘둘러 댄다. 작은 권력에 취해 본분을 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다. ‘영원할 것 같은 권력도 십년을 못가고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뜻이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고 매사 겸손해야 살아남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새겨야 할 것이 있다. 권력 주변에는 늘 간신무리가 들끓기 마련이다. 평소 아는 사람이나 선거 캠프를 기웃거렸던 일부는 마치 본인이 ‘개국공신’이나 된 줄 착각한다. 시장과의 친분을 내세우고 실체도 없는 특보니 실장 같은 ‘빨간 완장’을 찬 채, 인사와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안하무인 식으로 행동한다. ‘낮 시장 밤 시장’ 같은 비아냥거림을 듣지 않으려면 소위 ‘측근’이란 자들을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전직 시장들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고, 본인만의 시정을 펼칠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할 암덩어리는 초기에 제거해야 한다. 모른 체 하 면 우환이 될 것이고, 시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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