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5]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75]
  • 경남일보
  • 승인 2022.06.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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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사례=뽑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바탕 바람이 휘몰아치고 간 느낌이라고 할까요? 온 나라를 뒤덮었던 6.1 지방선거가 끝나고 뽑힌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기쁨과 슬픔, 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함께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들 내가 될 거라 믿으며 나선다고 하지만 끝내 뽑히는 사람과 떨어지는 사람으로 나뉘기 마련이지요. 뽑히신 분들이야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 마음이 좋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그 어떤 말로도 달래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 있는 요즘 뽑힌 사람은 뽑힌 사람대로 또 안 뽑힌 사람은 그 사람대로 자기를 찍어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낸 글을 여기저기 걸어 둔 것을 보았습니다. 흔히 ‘당선사례’라는 것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좀 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선사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사례’가 ‘보기’와 같은 뜻인 줄 알고 그냥 넘어 가는 것을 보고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 ‘당선사례’라는 말을 좀 쉽게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사례’를 ‘보기’와 같은 뜻으로 알더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어른들 가운데서도 이 말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적지 않지 싶습니다. ‘당선사례(當選謝禮)’라는 말을 제대로 똑똑히 알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참일 한자까지 똑똑히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고 두루뭉술하게 뜻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선’이 뽑힌 것이고 ‘사례’가 ‘고마움을 나타내는 일’인 것이란 것을 풀이해 주면 “아~ 그래?” 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당선사례’를 말집(사전)에서는 ‘선거에 뽑힌 사람이 뽑아 준 데 대하여 고마움을 나타내는 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뜻풀이에 맞춰 “뽑아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하면 어린 아이들도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굳이 그런 말을 써야 하는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낙선사례’라는 말도 있습니다. 비록 뽑히지는 않았지만 많든 적든 찍어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내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그 말도 그저 찍어 주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찍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해도 좋겠다 싶습니다.

‘당선사례’, ‘낙선사례’와 같은 말을 많이 배우신 분들은 아는 말이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이나 아이들은 그 뜻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면 참 좋겠습니다. 저는 두루, 누구나 알 수 있는 좀 더 쉬운 말을 골라 쓰고 찾아 쓰는 일꾼이 참 일꾼이고 좋은 일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더 자주 본 ‘사례’라는 말은 ‘어떤 일이 일어난 보기’였을 것이고 그렇다 보니 ‘당선사례’가 ‘당선된 보기’의 뜻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싶습니다. 말을 할 때는 듣는 사람을 생각해야 하고 글을 쓸 때는 읽을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는 바탕을 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입으로는 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쓰는 말이나 글을 보면 국민이 알아듣기 힘든 것이 많은데 앞뒤가 안 맞아도 많이 안 맞는다 하겠습니다. 새로운 일꾼으로 뽑히신 많은 분들이 쉬운 말글 쓰기에 마음을 써 주시면 참 고맙겠습니다. 나는 잘 알고 있고 자주 쓰는 말이지만 나에게 자리를 만들어 일거리를 주신 분들이 모르는 말이라면 곧바로 그 말을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육을 이끄실 분들은 배움의 임자인 아이들이 바로 알 수 있는 쉬운 말로 쓴 배움책(교과서) 만드는 일,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나라 갈배움길(국가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데 힘을 써 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이 자리를 빌려 거듭 말씀 드립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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