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기 (논설위원)
6·1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민심은 차가웠다. 대패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거센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참패의 책임 공방으로 계파간에 소란스럽다. 지난해 4·7 재·보선, 올 3·9 대선에 이어 3연패다. 2018년 지방선거서 17개 광역 단체장 중 14곳을 석권했으나 박빙으로 경기지사와 5곳을 지키는 데 그쳤다. 기초 단체장도 151곳서 63곳으로 4년 전과 비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낙동강벨트·서해벨트 사수’도 맥없이 무너졌다. 입법, 행정, 사법의 3권에다 중앙·지방 권력도 국민들이 아낌없이 밀어줬지만 딴판이었다. 부동산값 폭등 등 정책실패로 국민의 삶은 피곤했다.
불과 85일 전 대선서 전국 최고 투표율(81.5%)을 기록한 광주의 지방선거는 37.7%로 역대 모든 선거를 통틀어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남도 광주 다음 2번째로 높은 대선 투표율(81.1%)서 58.5%로 역대 최저였다. 텃밭의 민심, 당심 이반을 부추긴 민주당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일당 독점의 염증유발 정치’는 불공정·불투명으로 상징되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의 안일한 선거운동으로 전통적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2년 뒤 총선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국회 의석수는 100석 밑으로 쪼그라들 수도 있다.
공룡 여당으로 호령해 왔던 민주당은 중앙과 지방 권력을 빼앗긴 처참한 위기다. 반성문은 선거 때만 등장하는 습벽(習癖)이다. 대선 패배도 쇄신을 멀리, 강경파에 끌려다니면서 취약한 도덕성을 드러내면서 스스로 민심과 멀어졌다. 내편 세력에만 관대, 극렬 지지층의 구미에 맞는 ‘내로남불’이 대명사가 됐다. 나와 다른 반대측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풍토야말로 선진적인 민주주의다. 송영길·이재명의 명분 없는 출마, 최강욱의 성희롱성 발언, 박지현의 86용퇴론을 둘러싼 지도부 내홍, 이재명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 혼선 등을 들수 있다. 민주당은 뼈를 깎는 반성을 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입에 발린 거짓말인지 아닌지 다 알아버렸다. 독선, 오만이 개선되지 않으면 폐족(廢族)이 아니라 폐당(廢黨) 위기에 내물릴 수 있다. ‘장작에 누워 쓴 쓸개를 핥는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 고사처럼 재기를 노리는 쇄신을 해야 한다. 사죄 진정성도 의문스럽다. 참패의 민심을 봤으면 환골탈태가 불가피하다.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자생당사(自生黨死)’ 논란이 ‘혁신 주체인지, 쇄신 대상인지 판단해야 할 때’다. “당은 죽고 한 사람 살았다”는 말도 나온다. 패배에 책임 있는 586의 퇴장, 다수의석의 기득권, 개혁 미흡, 팬덤(열성팬)정치, 청문회 헛발질 등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곪은 곳의 대수술이 시급하다. ‘검수완박’처럼 온갖 꼼수와 편법 동원의 ‘입법독주’도 중단해야 한다. 민주당은 0.73% 차로 패한 대선을 승복, 통 큰 협치를 통해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 시키지 않을 때는 22개월 후 총선 참패도 불을 보듯 뻔하다. 창당 수준의 개혁과 어려울수록 정도를 찾아야 한다. 여야는 경제 태풍이 몰아치는 와중에 혁신을 한다면서 2024년 총선의 공천권 당권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최소 1년 정도는 정쟁을 멈추고 정치개혁과 함께 국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 국민의힘 여당도 잘해서란 승리의 착각에 빠져 도취할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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