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경남인과 의리정신
[경일춘추]경남인과 의리정신
  • 경남일보
  • 승인 2022.06.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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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구호 (경상대 강사·문학평론가)
 

 

예로부터 경남 사람들은 의리정신이 강했다. 불의에 항거하고 의로운 일에 앞장섰다. 나라가 외적의 침입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는 목숨을 바쳐 싸웠고, 위정자나 공직자들의 부정과 부패에는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항거하고 투쟁했다. 그것은 임진왜란 진주성전투, 임술농민항쟁, 합천 삼가 만세의거, 형평사운동, 마산 3·15의거 등 많은 역사적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의리를 숭상하는 것을 경남 사람들의 기질이라고 칭찬했고, 경남 사람들도 그것을 자긍심으로 여겼다.

이러한 경남인의 의리정신이 오늘날에는 점점 퇴색되는 것 같다. 의리보다는 이익을 택하고,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보았듯이 다수의 범법자들이 자치단체장이나 지자체의원 후보로 낙점되었고, 그중 다수가 당선이 되었다. 불의에 항거하고 정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경남인의 기질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19세기 후반 국정의 혼란과 관리들의 부패로 도탄에 빠진 농민들이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농민항쟁의 도화선은 임술년(1864년) 진주 농민들이 이끌었고, 부정선거로 장기집권을 꾀하던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추동력은 마산에서 발화되었다. 그런 경남인들의 기상이 점점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국정을 양분하고 있는 정당에서 범법자들이 자치단체장이나 지자체의원 후보로 등록하는 것을 용인하고, 또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후보로 정하여 선거를 치르게 했다. 공당의 이러한 처사에 지역민들은 무관심하거나 방관하고, 심지어 동조하고 협력하기도 했다. 불의에 항거하고 의로운 일에 앞장섰던 경남인들의 기질과는 다른 모습인 것이다.

일찍이 남명 선생은 “만약에 티끌이 오장에 생긴다면 지금 바로 배를 갈라 흐르는 물에 띄워 보내겠다”고 했다.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삶을 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기상을 이어받은 경남인들은 임진왜란과 같은 국가적 위기에는 목숨을 돌보지 않고 외적과 싸웠고, 위정자들의 부정과 불의에는 항거하고 투쟁하며 의리정신을 이어왔다.

남명 선생처럼 한 점도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범법자들이 단체장이 되고 지자체의원이 되는 현실은 경남인들의 기상을 떨어뜨리고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이다. 의리를 숭상하는 것이 경남인들의 기질이라고 칭찬을 받는 것도, 경남인들의 기상을 떨어뜨리고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도 경남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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