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 시민기자의 책 읽는 하루] 엄마 반성문
[유수연 시민기자의 책 읽는 하루] 엄마 반성문
  • 경남일보
  • 승인 2022.06.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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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는 아이에게 “뭘 하고 싶어”라고 묻는다
전교 일등 남매 자퇴 후 폐인 돼 충격
이 작가 “부모 아닌 감시자였다” 고백
아이를 살린 건 ‘인정·칭찬·지지·존중’




여러분은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한 적 없으신가요? 저는 제가 아이들을 바르게 성장하도록 잘 돕고 있는지 항상 의문이 많았습니다. 인성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공부에 있어서는 모자란 부분은 학원을 보내 따라가도록 도와야 할까 아니면 어릴 때는 그냥 신나게 놀게 해야 할까 등 아이의 학습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진로 역시 어떻게 도와야 할지 항상 막연하고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우연히 이유남 작가가 쓴 ‘엄마 반성문’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길을 알게 된 것 같아 여러분에게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유남 작가는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맡은 학급마다 1등으로 올려놓았을 뿐 아니라, 각종 연수에서 1등을 휩쓸었으며,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했습니다. 게다가 연년생 남매는 전교 1등, 전교 임원을 휩쓸며 ‘부모의 자랑거리’로 잘 자라주었으니, 한마디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고3 아들이 먼저 자퇴 선언을 하더니, 고2 딸마저 자퇴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 후 아이들은 1년 반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오로지 집에서 먹고 자고 영화 보고 게임만 하는 폐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작가는 달래기도 하고 협박도 해보았지만 순둥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은 엄마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고, 딸은 자해 소동까지 하며 엄마의 마음에 못을 박았습니다. 고3 아들은 최상위권을 다투며 학교의 기대주였으며 모범생이었는데 왜 학교를 그만둔 것일까요. 딸은 왜 자해 소동을 하며 부모님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을까요.

작가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생각하며 자식들을 살려보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작가는 자신이 두 아이를 자신의 자랑거리로만 키우려고 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작가에게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적이 우선이었으며, 아이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강제로 임원도 시켰고, 각종 대회에도 참가 시켰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아와도 칭찬은 하지 않고, 항상 못하는 부분만 지적했습니다. 늘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며 아이들의 숨을 턱턱 막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게 늘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이런 교육방식은 아이들의 자퇴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언제 검정고시 칠래? 언제 대학 갈래? 인강이라도 들어야지”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고자 다그치기만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정신을 못 차린 셈이지요. 하지만 둘째 아이가 자해를 하며 삶을 포기하려 한 이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절망의 끝에서 코칭이라는 기술을 만나게 됩니다.



 
 


코칭 기술은 작가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작가에게 코칭은 복수만을 꿈꾸며 폐인이 되어가던 아이들을 다시 자신감 넘치고 삶에 기쁨을 느끼며 누구보다 엄마를 존경하는 아이들로 키워낸 기적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작가가 절박한 심정에서 공부한 코칭 기술과 아이의 뇌 용량을 키우는 방법, 아이의 잠재 능력 키우기, 자녀와의 대화 방법 등 많은 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코칭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면, 코칭은 ‘너와 내가 같이 가자. 내가 너와 함께할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고 합니다. 즉,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항상 지지적 피드백을 주며, 스스로 성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러는 것처럼 공부할 과목, 학원, 장래 희망을 부모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계획을 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내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방법인 것이지요.

작가는 코칭을 공부한 이후, 아이들에게 “언제 검정고시 볼래?”라고 다그치는 대신 “무엇을 해보고 싶어”, “하고 싶은 것이 뭐야”라는 질문으로 바꾸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이들은 잘 따라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조금씩 꾸준히 배운 방법대로 실천했으며, 어느 날 “혹시 하고 싶은 것 없니. 공부 안 해도 되고 대학 안 가도 돼. 네가 하고 싶은 것 해. 엄마가 다 도와줄게”라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하나 둘씩 말하기 시작했으며, 처음으로 스스로 이것저것 해보기 시작합니다.

비록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제빵사가 되고 싶어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사회복지학과에 진학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해봅니다. 그러다가도 딸은 그 일을 중도에 그만두기도 합니다. 그런 딸을 보며 엄마는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잘 참아내며 아이들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지금 둘째 딸은 자기와 같이 삶을 포기하려는 아이들을 위해 미국의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그 어렵다는 시험에서 올 A를 받았다고 합니다. 아들은 예술대학의 문예 창작과 학생이 되어 글을 준비하고 있으며,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대학원의 철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원하던 취업 잘 되는 학교, 멋진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은 ‘적어도 지금은 죽을 때까지 가슴을 뛰게 할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참 벅차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제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엄마를 존경하고 감사하다고 합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아메리칸드림’이라는 주제로 1654명을 대상으로 “당신은 언제 성공했다고 생각하느냐”를 조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질문에 2위 행복한 결혼, 3위 행복한 인간관계, 4위 자신을 존경하는 친구를 갖는 것, 5위 자기 분야의 정상에 서는 것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1위는 무엇일까요? 바로 ‘존경받는 부모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공에 대해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존경받는 부모가 되는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요.

“어리석은 부모는 자녀를 자랑거리로 키우려고 하지만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의 자랑거리가 되고자 노력한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녀를 자랑거리로만 키우려고 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우리는 과연 자녀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부모인지 이 책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수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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