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1]구례 천은사 상생의 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1]구례 천은사 상생의 길
  • 경남일보
  • 승인 2022.06.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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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함께 나누고 누리는 곳
섬진강 대숲길을 걷는 탐방객들(왼쪽)과 천은사 상생의 길.


◇코로나 극복으로 되찾은 공존과 상생

우리의 일상을 코로나19에게 내어준 뒤 2년 5개월만에 되찾은 날을 맞이했다. 그 동안 중단되었던 걷기힐링을 시작한 날이다. 무척 긴 나날을 기다려왔다. 그래서인지 힐링여행을 함께 떠나는 명품걷기클럽 <건강 하나 행복 둘(회장 이준기)> 회원들의 표정에선 설렘과 기대감이 들꽃처럼 활짝 피어나 있었다. 여러 회원들이 함께 피우는 웃음이 세상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순간이다.

둘 이상이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상생이다. ‘천은사 상생의 길’은 과연 어떤 길을 의미할까? 전남 구례에 있는 ‘천은사 상생의 길’에 담긴 상생의 의미가 몹시 궁금했다. 진주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천은사에 도착했다. 천은사 일주문 현판에 써 놓은 ‘지리산 천은사’ 글씨체가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척 이채로운 서체였다. 이 글씨체와 천은사 이름의 유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천은사는 화엄사·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 중 하나로, 828년(신라 흥덕왕 3년) 인도 승려 덕운이 창건했다. 절 안에 있는 샘물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해 창건 당시 절 이름을 감로사(甘露寺)라고 했다. 1679년 중건하면서 감로사 샘가에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 그 구렁이를 잡아 죽였더니 그 뒤부터 샘에 물이 솟지 않았다. ‘샘이 숨어버렸다, 샘물이 솟아나지 않는다’고 해서 절 이름을 천은사(泉隱寺)로 개명했다. 절 이름을 바꾼 뒤 이상하게도 천은사에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 일어나는 등 재화가 끊이지 않자 주민들은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 주는 뱀을 죽였기 때문이라며 두려워했다. 이에 조선 4대 명필의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 선생이 수체(水體)로 물 흐르듯 ‘지리산 천은사’(智異山 泉隱寺)라는 글씨를 써 주면서 이 글씨를 일주문에 현판으로 걸면 다시는 화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사람들은 의아해 하면서도 그대로 따랐더니 신기하게도 이후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 만든 출입문 안으로 보이는 천은사 일주문

 

◇천은사 상생의 길

천은사 일주문을 지나자 왼편에 천은사 상생의 길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둥근 원 윗부분이 천은사 일주문 현판 글씨처럼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를 닮아 있는 형상이다. 둥근 원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는 선은 불길(인간)처럼 보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선은 마치 물길(자연)처럼 보인다. 불과 상극인 물이 하나가 되어 서로 보듬은 공존과 상생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상징물 한켠에 ‘천은사 문화재입장료 징수폐지를 기념하고,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는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상생의 길을 2020년 12월 11일에 조성했다.’는 설명을 곁들여 놓았다. 상생의 길은 이름 그대로 상생과 공존을 지향하자는 의미를 담은 길로써 나눔길, 보듬길, 누림길 3개 구간(총3.3㎞)으로 조성되어 있다.

소나무숲 입구에서 불심원까지 1.0㎞ 구간인 나눔길은 숲이 나눠주는 음이온과 생명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길로 느림의 여유와 함께 자신을 돌아보며 명상에 잠길 수 있는 길이다. 수홍루에서 제방까지의 1.6㎞ 구간인 보듬길은 천은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수변길로 다양한 수생생물과 아름다운 경관을 품고 있어 호젓한 낭만의 여유를 맛볼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천은사 일주문에서 제방까지의 0.7km 구간으로 ‘모두가 함께 누리다’ 라는 의미를 담은 누림길은 남녀노소 누구라도 이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상생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무장애 탐방로이다.

필자 일행은 일주문에서 출발해 소나무숲길인 나눔길-천은사-누림길-제방-보듬길 순서로 탐방하기로 했다. 나눔길 옆에 선 소나무들이 모두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피톤치드와 에너지를 탐방객들에게 보시하기 위한 몸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들이 건네는 기운을 받으며 차밭 모퉁이를 지나자 극락암 뒤쪽에 수령 300년이 넘은 금강송 한 그루가 명상에 잠긴 듯 고요히 서 있었다.

천은사 경내에 들어서서 맨 먼저 전설이 서려 있는 천은사 감로샘부터 찾았다. 종무소에 근무하는 처사님께 문의해 보니 전설 속 감로샘 위치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수홍루 앞 수각 자리가 감로샘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며 지금은 일주문과 주차장 사이에 그 감로샘을 재현해 놓았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주문 쪽으로 되돌아와 천은사저수지 둘레길인 누림길을 걸었다.

나무데크로 만들어놓은 길은 저수지를 끼고 있어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다. 저수지 옆 ‘천은사 생명의 길’이라고 새겨놓은 랜드마크도 무척 멋있었다. 제방을 지나면서 바라본 저수지와 산들은 한 폭의 수채화였다. 눈이 저절로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산과 나무, 그리고 풀들이 모두 자신을 키워준 물에 제 그림자를 담근 채 쉬고 있었다. 저수지는 수달과 원앙이 등 수생생물의 보금자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높고 낮음을 분별하지 않고 서로를 보듬어 주는 풍경이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보듬길을 걸으면서 필자도 모르게 세상을 보듬고 또 세상에 안겨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람과 대나무가 대화를 나누는 섬진강대숲길

천은사 상생의 길 트레킹을 마치고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구례 섬진강대숲길을 찾았다. 왕복 1.7km인 대나무숲길은 섬진강 물길을 따라 조성해 놓은 S자형의 길로 명상과 힐링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얼핏 보면 대나무들이 서로 어깨를 겯고 섬진강 강바람에 맞서 저항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바람을 맞아 다정하게 서걱이는 대나무 소리를 들으니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밀어처럼 상생과 소통의 대화로 들렸다. 대숲길을 걸으면서 대나무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이 살아가는 이치를 몸에 익히고 그 질서를 귀에 담는 순간이 곧 힐링이고 행복임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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