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시니어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경일칼럼]시니어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22.06.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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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행복의 기준도 아주 단순해지게 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픈 곳이 하나도 없이 숨을 쉴 수 있고 눈을 뜰 수 있어서 제일 먼저 감사하게 된다. 지저귀는 새소리도,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 소리도 그저 새 소리 바람 소리가 아니다. 이제 소중한 소리가 된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나 저녁에 지는 태양은 매 마찬가지지만 이제 예사롭지 않고 귀중한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 신록보다 낙엽에 유난히 애수에 젖게 되고 꽃이 만개할 때보다 꽃이 시들어 떨어질 때 하염없이 눈물짓게 된다. 이게 세월이다. 세월은 신비하고 고귀한 시간임을 가르쳐 준다. 풀, 나무, 꽃, 새, 하늘, 구름, 산, 바다. 오래도록 관찰하고 머무르게 해 준다. 세월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속도로 가고 있는데 쫓기는 마음이 과속 폐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을 보고 느끼는 감정도 세월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게 된다. 비단 마음 쁜만 아니라 육체도 마찬가지로 세월 앞에서는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노화가 시작되고 근력과 근육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근감소증(sarcopenia)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노화를 얘기하면 주름살과 흰머리를 떠올리지만 진짜 노화는 피부보다 근육부터 시작하게 된다. 기력이 없어 지거나 기운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도 근육 감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감소증은 근력과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을 넘어 신체의 밸런스가 흐트러지거나 신체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포함하게 된다. 근육은 체중의 최대 55%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의 근육은 일반적으로 출생 후 근육이 계속 증가하다 25세에 정점을 이룬 후 30대부터 0.5% 정도씩 감소하다 40세 부터는 매년 1%씩 감소하고 60세 이후에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여 80대가 되면 50%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세월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특히 시니어들은 변함 없는 생활에 권태와 고독감에 사로 잡히게 되고 경제적 여유가 없어 사회 생활 영역이 축소되고 행동 반경이 좁아진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생활비 부족 등 고통을 겪고 있는 시니어의 비율이 61.3%에 달한다고 한다. 무료함과 소외감에 좀처럼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초조해진다. 이것도 세월이다.

앙드레 지드는 “늙기는 쉽지만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고 했다. 아무리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 해도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인간이 늙는다는 것은 보편적인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답게 늙는다는 건 선택적이다. 우리는 가끔 “저 사람 나이는 많은데 곱게 늙었다”고 말을 한다. 곱게 늙었다는 것은 얼굴도 곱지만 품위가 있다는 것도 포함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은 올바르지 않으면서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렇다. 그러다보니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로남불 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 시킨 나라가 되어 버렸다. 우리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윤리학 책을 펴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했고 시성 괴테도 인생을 살아보고 낸 결론이 역시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했다. 행복이라고 하는 것은 따라간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내 인격이 행복을 만듦으로써 내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인격은 사람의 품격이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시니어의 삶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다. 어쨌든 운동의 생활화를 통하여 인격을 갖추고 재미있고 즐거운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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