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보 CEO경제포럼 지상강좌]정호승 시인
[경남일보 CEO경제포럼 지상강좌]정호승 시인
  • 강진성
  • 승인 2022.06.13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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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재료는 사랑과 고통…받아들일 때 삶 깨닫게 돼”

“인생의 가장 큰 가치는 사랑과 고통”
경남일보 CEO 경제포럼 4강

정호승 시인 ‘인생의 가치’ 강연
 
고희(古稀)를 넘긴 시인의 입에서 나온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랑’과 ‘고통’이다. 그는 “사랑과 고통은 늘 따라오는 것이다”며 “이를 이해할때 비로소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고 조언했다.
9일 오후 7시 진주시 호텔동방에서 경남일보 CEO경제포럼 제4강이 열렸다. 강사로 나선 이는 정호승(鄭浩承·72) 시인이다. 정호승은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다. 경희대 국문과에 진학하면서 상경했다.
1973년 대한일보 신춘 문예에서 ‘첨성대’로 당선되면서 시인에 등단했다. 1982년에는 조선일보 신춘 문예에서 단편소설 ‘위령제’로 당선됐다.
정호승 시인은 1980년대 우리나라 대표 작가로 성장한다. 슬픔과 이별을 주로 다뤘다. ‘수선화에게’, ‘풍경 달다’ 등 국민의 사랑을 받는 시가 즐비하다.
그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부제: 사랑과 고통의 본질과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모든 이가 경험하게 되는 ‘삶의 여행’과 ‘죽음의 여행’에 대해 시를 읊듯 인생 경험을 풀어갔다.
그는 “요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를 자주 떠올린다”며 “오늘의 강의가 내 인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사랑과 고통’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생각으로 갖고 쓴 시다”며 ‘여행’을 읊조렸다.
여행은 그가 2013년에 펴낸 열한번 째 시집 ‘여행’의 표제작이다.
그의 시에 등장한 여행은 ‘인생의 여행’이다. 우리는 ‘삶이라는 여행’과 ‘죽음이라는 여행’을 반드시 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 말한다.
그의 친적과 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말하며 내가 죽음의 방법을 선택할 수 없음을 이야기했다.
이어 “삶이라는 여행을 잘해야 죽음이라는 여행을 잘 떠날 수 있겠다”는 인생의 경험을 건넸다.
자본주의에서의 삶에 대해 그는 “돈의 가치를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 상위에 존재하는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 가치는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내가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살아갈 수 있는지, 내 가족이 나를 진정 사랑해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며 자본주의시대에서도 최상위 가치는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부호인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이 자신들의 진정한 성공에 대한 질문에 “사랑을 받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이다”고 답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사랑을 찾아서 인생이라는 여행을 해왔다”고 했다.
이어 “사랑은 시에 등장한 ‘설산’과 ‘오지’와 같다”며 “사랑을 찾아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시인은 사랑이 이뤄지는 조건에 대해 “사랑은 모성으로 완성된다”고 말한다. 그는 “어머니의 희생으로 인해 내가 존재한다. 그래서 희생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전했다.
이어 “부부싸움은 서로 희생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며 “희생 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두번째로 ‘사랑은 용서로써 완성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용서하지 못하면 내 인생을 완성하지 못한다”며 “인생은 용서를 전제를 한 모험이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용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현재를 선택하지 않고 과거를 선택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의 분노, 과거의 상처. 과거에 갖혀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쉽지 않지만 과거라는 감옥에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시인은 “과거는 불변의 세계이며 미래는 예측불허의 세계”라며 “현재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또 네덜란드 출신 신학자이자 작가인 헨리 누우웬을 소개하며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사랑의 선택하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도 인생을 뒤돌아보면 사람관계가 좋지 않을 때 미움과 증오를 선택해 왔다”며 “이 글을 좀 더 일찍 봤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쓴 시 ‘풍경 달다’ 일화를 소개했다. 풍경 달다는 그가 하루만에 쓴 시다. 운주사에서 풍경을 달고 일명 부부와불로 알려진 와형 석조 여래불에 다녀 왔다가 그날 밤 탄생했다. 부부와불이 천년 세월 사랑의 깊이와 넓이라는 것을 깨닫고 시를 쓰게 됐다.
그는 사랑에 이어 또하나의 주요 화두인 ‘고통’을 이야기했다.
그는 “누구나 고통을 원하지 않지만 반드시 찾아오게 된다”며 인생이 고해(苦海)라는 부처의 말을 언급했다.
시인은 사람을 고통이라는 바다에 살아가는 한마리의 물고기에 비유했다.
이어 “사랑이 시작되면 고통이 시작된다”며 “사랑의 가치를 알려면 고통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은 고통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는 선인들의 말을 소개하며 그는 “어렵지만 이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포도가 짓밟히지 않으면 포도주가 될 수 없듯이 포도주의 향기는 곧 포도의 고통이라 말한다.
내 인생의 고통 역시 내인생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존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인생을 뒤돌아보며 “고통은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 무엇이었다”며 고통의 의미를 발견하라고 전했다.
이어 십자가 우화를 들려주며 사람은 삶의 형태는 달라도 고통의 무게는 똑같다고 전했다. 각자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긍정하고 수긍하라 말한다.
또 “인생의 바닥 역시 그것이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감사하게 느껴진다”며 “바닥은 감사의 존재다. 나는 그냥 그 바닥을 딛고 일어서면 된다.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생이라는 빵을 만든다면 두가지 재료가 꼭 필요하다”며 ‘사랑’과 ‘고통’을 들었다.
그는 “산을 오를때 바닥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른다. 바닥이 있기 때문에 정상이 존재한다”며 그가 쓴 시 산산조각을 소개했다.
산산조각은 그가 쓴 시 중에 단 한 편을 고르라며 선택할 만큼 삶의 깨달음이 담겨있다. 인생이 산산조각 날 것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산산조각이 나면 또다른 얻음이 생긴다는 가르침이다.
시인은 산산조각의 마지막 4행을 선물로 전하면 강의를 마쳤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지난 9일 경남일보CEO경제포럼 제4강 강의를 마친 후에 정호승 시인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재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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