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고교학점제와 진로
[경일춘추]고교학점제와 진로
  • 경남일보
  • 승인 2022.06.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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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석 (대아고등학교 교감)
정규석


필자가 8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닐 무렵, 교수님이 국어학 수업 중 했던 말씀이 기억난다. 한 나라가 인문학이 융성하려면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덜 가져도 되는 선진국 반열에는 올라가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 시기를 1인당 국민소득 약 3만 달러 이상이 되는 때로 보았다.

며칠 전 신문 기사를 보았다. 작년에 이미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5000달러를 넘어섰다고 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수많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원 달러 환율 하락 등의 영향과 함께 어쨌든 3만 달러 중반까지 도달한 것이다.

최근 필자의 학교에서는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학과 페스티벌’을 열었다. 비슷한 전공을 원하는 학생들끼리 조를 짜서 해당 학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한 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20개 부스를 운영했는데, 해당 부스를 살펴보면서 요즘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를 뚜렷이 파악할 수 있었다. 의예과와 항공우주공학과, 컴퓨터공학과, 화학공학과는 부스 1개도 모자라 2개씩 운영했다. 나머지 학과는 항공운항학과, 한의예과, 바이오시스템공학과, 건축학과, 경영학과, 사회복지학과, 수학과, 그리고 교대와 사범대학의 몇 개 학과들이었다.

이들 학과를 살펴보면, 아직은 유망 직업으로 발표돼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직업 또는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에 어려움이 없을 만한 안정된 직업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쪽은 수학과를 제외하곤 없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내신성적 1등급대의 학생들은 대부분 SKY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명문대보다는 지방대라도 좋으니 의예과를 가길 원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4차산업혁명, 저출산, 고령화, 글로벌 경쟁의 심화, 다문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전 등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명한 소신이 없이 당장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거나 안정된 직업에만 무조건 따라가려고 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2025년이 되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학생이 자신이 정한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그 학점을 모두 이수하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학교는 학생의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학생들은 3년 동안 자신에게 맞는 진로 로드맵을 계획하여 실행하게 된다. 앞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학생들이 정말 자기의 능력에 맞는 다양한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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