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서리단길의 소소한 동네책방 ‘기빙트리’
[시민기자] 서리단길의 소소한 동네책방 ‘기빙트리’
  • 경남일보
  • 승인 2022.06.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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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오픈옛집 정취 가득
책방 온기 손님 발길 유혹
‘제로 웨이스트 존’ 눈길
어느 골목길 불 밝힌 책방에 사람이 모이고 풍경이, 숨결이 넘친다는 것은 소소하지만 기대고 싶은 무엇인가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작은 공간에서 우리는 작은 꿈들을 키우기도 하고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치는 존재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책방이 없는 도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우리 생활 속에서 누군가에게 위안과 위로를 주는 힘을 가졌다.

양산 물금읍 화산길에 있는 서부마을은 ‘서리단길’로 불린다. 낡고 해진 옛스러운 골목길에 신세대가 즐길법한 힙합의 감성은 찾아볼 수 없어도 아기자기한 예쁜 상점과 맛집으로 소문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리가 되었다.

식당과 커피전문점, 사진관, 자전거 수리점 그중에서 가장 묘한 매력을 가진 ‘아낌없이 주는 나무’ 동네책방 기빙트리(Giving Tree)가 있다. 낮에는 작은 책방이지만 밤이 되면 책방의 온기와 은은한 불빛이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담하다.

올 2월에 문을 연 동네책방은 옛집의 채취가 그대로 채색되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입구의 작은 나무집은 어린이를 위한 무인도서관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도록 책방지기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캐나다의 북 튜버가 동네 미니 도서관 투어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책방지기 개인책과 시민이 기증한 책으로 채웠고 양심을 배워가라는 의미를 두었다. 기빙트리의 책방 주인 김형은 씨를 만났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잃었다. 그 바람에 제주도로 머리나 식히자고 떠났다. 독립 책방 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곳에 숙소를 정했는데 우연히 필사와 낭독 모임에 참여하면서 책방이라는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제주도의 60곳 중 동쪽의 책방을 투어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가슴이 뛰었고 소박한 꿈이 생겼다고 했다.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은 형은 씨는 양산의 천연 제작소를 둘러보고 서리단 길에서 밥을 먹었다. 그 거리에서 눈에 들어온 20년 된 낡은 통닭집을 발견하게 되었고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울산에서 한국어 강사로, 양산에서는 책방지기로 살아가는 형은씨는 매일 책방에 오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가슴이 뛰고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렇게 책방과 나의 인연은 시작됐습니다.”

책방에 들어서면 작은 공간 공간마다 시와 에세이, 취미와 여행, 영어 원서 책, 중고책 등 알차게 코너를 꾸몄다. 중고책 가격은 책방지기의 기분에 따라 가격을 정한다.

이 책방의 특별한 공간은 제로 웨이스트 존이다.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등 책 제목에서부터 던지는 취지를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실천에서 시작해 동네 이웃들과 건강한 가치를 나눈다.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일회용 빨대 대신 재사용 가능한 소재의 빨대를, 비닐봉지 대신 삼베 주머니를, Giving Tree 제품에는 직접 손글씨로 제품 설명을 적어놓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다회용 포장재, 오가닉 네트백 같은 환경을 생각한 예쁜 소품들이 아기자기한 비주얼로 구매욕까지 자극한다. 친환경 소재의 생활용품부터 관련 환경책들이 나열돼 있어 책방지기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 책방 여기저기 손 닿는 곳마다 고민한 흔적들의 정성이 묻었다. 누군가는 꿈이고 안식처인 책방에서 소박한 책문화의 풍경을 그렸다. 우연함이 결국 나를 이곳까지 가슴을 뛰게 했다는 책방지기의 말이 인상 깊다.

“손님이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책 제목만 보아도 무슨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알아가는 것만이라도 의미가 있어요. 책방은 그런 가치를 주는 충분한 곳이잖아요.”

책방 주인 형은씨는 서리단 길에 맞는 책을 추천했다. 이미경의 ‘동전 하나라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다. 누구나 한 번쯤 구멍가게에서 군것질를 하던 따스한 추억 한아름 있다. 추억이 사라져 가는 아쉬움을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것 밭았다. 서리단 길의 잊혀가는 가게처럼.

형은 씨는 “폐차, 폐기차로 이색적인 미니 책방을 만들고 싶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일주일 한 번 새벽 독서를 하고 싶어요. 빈방을 꾸며 책 보고 이야기 나누는 따뜻한 공간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형은씨의 책방은 서두를 게 없다. 가끔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하고 감성에 젖는 책들은 어느새 마음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그곳으로 가면 소소한 행복이 닿았다.

강상도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올해 2월 양산시 물급읍에 문을 연 동네책방 기빙트리 전경.

 
기빙트리 책방의 내부 공간 모습. 책방의 특별한 공간인 제로 웨이스트 존에서 환경책과 친환경 소재의 생활용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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