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식재산 교육이 나아갈 방향
[기고]지식재산 교육이 나아갈 방향
  • 경남일보
  • 승인 2022.06.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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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호 (경상국립대 지식재산전문인력양성사업단장)
우리나라 지식재산 교육의 역사는 생각만큼 오래되지 않았다. 1980년대까지는 30명 이내의 변리사를 선발하는 변리사시험의 수험과목으로서 학원가에서 산업재산권법 강의가 있었을 뿐이다. 대학 등에서 정규 교과목으로 지식재산 분야가 개설된 것은 1990년대 이후이며, 이때까지만 해도 지식재산 전공 교수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였다.

2000년대 이후 지식재산 분야는 학계에서도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지식재산 분야 박사급 전문가는 수백 명에 이르렀지만,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법학 분야에서도 지식재산법은 여전히 마이너한 영역이고, 새로이 학과를 만들어 독립적인 학문으로 정착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 이유는 지식재산 학문의 특수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식재산은 모든 정보의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활용하는 학문으로서 기술, 문화, 경영 등 다른 분야의 학문과 융합되어야 제대로 빛날 수 있는 학문이다. 화가나 작곡가 중에서 저작권 박사가 배출되고 화학, 전자, 바이오 분야에서 특허 전공 이공학 박사가 배출되어야 한다. 요즘 교육계의 최대 화두인 ‘융합’과 가장 어울리는 분야 중의 하나가 지식재산일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융합교육은 대부분 개인적 교류를 기반으로 임시적으로 유지되고 있을 뿐,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영역을 받아들이는, 진정한 의미의 학문간 융합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상국립대학교는 2021년부터 지식재산학 융합전공을 신설해 이공계열, 경영계열 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및 예체능 계열의 학생들이 지식재산 지식을 겸비하여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지식재산권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각 분야에서 지식재산 전문가들이 양성된다면 자신의 전공에 필요한 지식재산을 특화시켜 모든 전공에서 자신의 전공에 특화된 맞춤형 지식재산을 교육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식재산 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라 생각한다.

한편 기업에서의 지식재산 교육의 확산도 매우 중요하다. 기술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식재산은 기업의 생존과 성패를 좌우하는 총, 칼 없는 전쟁의 무기이다. 세계와 경쟁하는 대기업은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지식재산 전문인력을 경쟁적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대부분 제대로 된 지식재산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으며, 지식재산 전문인력을 고용할 여력도 없다. 사실 지식재산 분쟁을 경험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지식재산의 중요성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지속될 수 있으며, 그 기회를 놓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식재산권 확보, 지식재산 경영 등 지식재산을 활용할 능력을 구비할 수 없다면 최소한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식재산을 활용하여야 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중소기업도 지식재산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지식재산 전문가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지역 사회 중소기업에게 지식재산 교육의 기회는 흔치 않다. 지역 기업의 혁신 성장을 위해 지자체도 지역 사회 중소기업의 지식재산 교육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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