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교육교부금과 교육감선거제도 개편의 고뇌
[경일포럼]교육교부금과 교육감선거제도 개편의 고뇌
  • 경남일보
  • 승인 2022.06.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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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윤창술 교수


6·1 지방선거 경쟁률은 1.8대 1로 역대 가장 낮았다. 그런데 지방선거 전체 평균보다 두 배나 높았던 교육감 경쟁률(3.6대 1)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교육감이 가진 막대한 권한과 예산, 정당 공천 없는 선거제도 등이 주요 동인이라고 분석된다.

먼저 예산과 관련하여, 중앙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시·도교육청에 매년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줘야 한다. 이에 따른 당초 본예산 65조원에다가 추경 11조원과 전년도 잉여금 정산분까지 합쳐져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81조원이나 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시행된 건 학령인구(6~17세)가 급격하게 늘어나던 1972년 1월이다. 2000년도에 811만 명이던 초·중·고 재학생이 올해는 532만 명으로 35%나 줄어들었다. 그 사이 준 학생 수와 무관하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오히려 7.2배나 불었다. 이는 매년 세수 규모가 커진 데다 교부율도 높아져서다. 이 금액을 초·중·고 학생 수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1528만원의 예산이 책정된다. 단순 셈법으로 경남 진주시의 1인당 예산 500~600만원의 3배 수준으로 일선 교육청들은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돈다. 다만 학교 회계의 많은 부분이 경직성 경비이고 올해는 2차 추경으로 인한 이례적인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단순 비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같은 교육의 영역이지만 대학의 재정난은 날로 심해지는 실태와 대비된다. 심지어 성인의 직업교육에 쓸 돈마저도 늘 모자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초·중·고 교육에만 쓰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용처의 칸막이를 열자는 목소리는 진작부터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에 초중등 교육에만 쓸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평생교육과 같은 고등교육 부문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편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관련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며 나름의 타당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대학의 입장에서도 유·초·중·고 재원의 일부를 떼어 받는 방식이 과도기적 해법은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참에 예측 가능한 고등교육의 재원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교부금’ 제도의 신설에 대한 면밀한 검토 또한 필요하다.

두 번째로, 교육감 선거제도 관련이다. 현재 정당 공천 없는 교육감 선거에는 ‘교호순번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를 도입한 취지는 투표용지 순서 효과를 배제하여 공정한 선거 결과를 담보하기 위함이다. 교육감 선거 용지마다 모든 후보가 골고루 배정되어 위치에 따른 유불리는 없다. 그러다 보니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90만 3227표에 이르는 무효표가 나왔다. 시·도지사 선거의 무효표보다 무려 2.6배나 많다. 진보 성향의 박종훈 후보와 보수 성향 김상권 후보가 초접전을 벌인 경남의 경우, 두 후보 간의 표 차이는 6750표인데 비해 무효표는 7배나 많은 4만 8594표에 달했다. 상식 밖으로 무효표가 이처럼 많이 나왔다는 건, 현 교육감 선거제도 자체에 큰 결함이 있다는 방증이다. 선거제도를 바꾸라고 하는 ‘기획되지 않은 유권자의 명령’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해서 정당 공천을 배제한 데다, 공정성 명목으로 기호도 없이 이름만 표기된 채 깜깜이 선거로 치르게 된 데 그 원인이 있다.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정치권과 교육계는 제도 개선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초중등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적정성과 대학의 ‘고등교육교부금’ 신설 사안을 한데 묶어서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교육감 선거시 정당 공천을 통해 책임성을 강화하거나,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제 같은 현실적 대안 마련 절차에도 즉시 돌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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