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알맹이만 주세요” 제로웨이스트의 시작
[여성칼럼]“알맹이만 주세요” 제로웨이스트의 시작
  • 경남일보
  • 승인 2022.06.2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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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고명정


매일 생활 가운데 쏟아지는 쓰레기들을 분리배출 하면서도 쓰레기가 많이 생기는 상황 자체에 물리적, 심경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일회용품 디톡스, 제로웨이스트 등 생활 속 자원순환 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야겠다는 의지와 별개로 또 다른 우선순위나 불편함 등에 밀려서 뒷전이 되는 이들의 하소연을 많이 듣게 된다.

실천을 잘하려면 제대로 아는 것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삶에 실천을 하고 있다는 연대감도 매우 중요하다. 내가 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재활용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에 불편한 심정은 배가 된다. 예를 들어, 음료수 병 하나가 재활용되려면 상표 스티커 제거, 병뚜껑 따로 배출, 병 안의 이물질 깨끗하게 세척해서 배출해야하는 등 챙겨야할 요소가 많다.

기후위기 시대, 환경운동은 모두에게 지체할 시간이 없는 가장 시급한 일이므로 불편해서 안한다거나 잘 몰라서 대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성찰과 관심으로부터 시작하여 누구나 당연히 해나가야 하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보다 실제적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의 선거가 끝났다. 그동안 엄청난 속도로 내뿜었던 이산화탄소를 담대한 전환을 통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거의 제로 수준으로 줄이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선언은 세계적으로, 국가적으로,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부족함 없이 이루어졌다. 이제는 주민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단체장과 대표들이 민감성을 갖고 주민들과 함께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먼저, 제도와 정책에서 정부, 광역, 자치단체의 기후위기대응 전담부서와 통합기구 설치가 급선무이다. 기후위기 관련 지자체 조례는 존재 유무 자체보다 실효성 있는 조례의 존재가 중요하므로 전략이 구체적이고 시민 피부에 와닿는 규정이 있는 시민조례안을 채택해야한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이슈이자 현시대 모든 사회적 현상들과 연관된 통합적 과제이므로 모든 정책에서 ‘기후위기주류화’를 기본설정으로 갖고가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의 실천전략 또한 수없이 가지치기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성세대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마을단위 운동으로 전개해 나가야할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 세대가 기후위기 시대 주축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실효성있는 촘촘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 운동이나 이력이 진로와 스펙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고 여러 전공영역에서 기후위기 대응 일자리가 생기도록 해야한다. 그래서 사회적 가치와 공익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곧 나와 지역사회,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삶으로 직결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이 나와야할 것 이다.

필자가 활동하는 YWCA는 자원재활용운동의 효시로 꼽히는 ‘아나바다’ 운동을 만들어 회원과 지역주민들과 함께 친환경 생활 실천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윤리적 소비’와 ‘로컬푸드 확산’ 등 기후위기 시대에 보다 절실한 시민 소비자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오늘도 ‘찾아가는 시민소비자교육’에 참여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쓰레기 배출을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줄이는 것, 포장재 없는 생산과 소비생활, 이미 있는 자원은 잘 순환하도록 하는 ‘제로웨이스트 매장’ 이 누구나 접근이 손쉬운 곳에 편의점마냥 있었으면 좋겠다고. 必(필)환경시대에 걸맞지 않은 의식과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이 소외감을 느껴서 살 수 없을 정도로 기후위기에 민감하고 성숙한 실천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기후와 생태계를 고민하며 모두 다 나름의 방식대로 참여하고 있다는 연대의식이 지역을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하여 더 돈독한 주민공동체를 만들고 함께 재미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로컬매장 모니터링 중에 제로웨이스트 코너에서 장을 보고 나가는 손님의 인사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돈다. “알맹이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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