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과 골목상권
[경일포럼]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과 골목상권
  • 경남일보
  • 승인 2022.06.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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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웅호 명예교수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만 10년째를 맞는다. IMF를 전후하여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상륙한 외국계 대형마트는 우리나라 재래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이와 함께 ‘이마트’를 중심으로 국내 대형마트가 성장하면서 지역 상권을 마구 잠식한 것이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의 상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월 2회 의무공휴일’ 실시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정부 규제에 대한 효과에 의문을 나타내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년 이내 대형마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설문에서 ‘규제 완화’, ‘현행 유지’ 및 ‘규제 강화’에 각각 67.8% 29.3%, 2.9%를 답해 절대다수가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의 질의에 거의 절반인 48.5%가 ‘효과가 없었다’로 답한 반면 34.0%만이 효과가 있는 것에 응답했다. 효과가 없는 이유로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았다(70.1%)’,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골목상권이 아닌 다른 채널로 이동(53.6%)’, ‘소비자 이용 불편(44.3%)’ 순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소비자들은 소득의 증가로 문화와 여가 이용 증가와 함께 쇼핑을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 이러한 추세에 대형유통업체들이 양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경쟁체제가 정착됨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힘과 동시에 소비자 권리를 진작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치 않다. 즉 막강한 자금력에다 우수한 마케팅 전략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에 들어서면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 상권의 잠식과 지역자본의 일탈 현상이 심화한다는 것이다.

자본의 자율화를 표방하는 세계화 시대에 대형유통업체의 지역 상권 침투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방의 재래시장과 더불어 지방경제도 살릴 수 있는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월마트가 진출한 지역 대부분의 전통시장·골목상권은 무너진다는 속설(?)을 이마트가 무너뜨린 사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월마트에 맞선 이마트는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상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월마트가 냉동식품을 비롯하여 미국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상품을 고집하여 국내 매장에 내놓을 때, 이마트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냉장식품과 기호에 맞는 상품으로 승부를 걸어 이겼다.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개발을 함으로써 지역 상권에서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개척해 나간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소비자 행태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가 들어선 뒤 오히려 전통시장 고객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서용구 교수). 우리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도 이제는 보호에만 가두어 둘 것이 아니라 경쟁시장에서 홀로서기 하여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소비자 10명 중 7명이 ‘대형마트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소비자들은 규제로 억제한 소비행태를 이제는 전통시장·골목상권에 묶여 있지 않고, MZ세대 등장과 4차산업 기술 발전과 함께 온라인 쇼핑 등 유통환경에 맞춰 변하고 있다. 정부도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여 대한상공회의소 ‘인식조사’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유통정책도 ‘판매자→소비자 우선’, ‘규제→상생협력’, ‘묻지만→따져보자’의 소비자 욕구에 맞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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