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2]광양 배알도와 정병욱 선생 생가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32]광양 배알도와 정병욱 선생 생가
  • 경남일보
  • 승인 2022.07.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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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다리 건너 신비의 섬 '배알도'로 가자
 
 
◇윤동주 시인의 육필 원고를 보존했던 정병욱 선생 생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 전문

 
 
윤동주 시인은 1941년 12월 연희전문을 졸업하기 직전에 재학 시절 쓴 시 19편을 묶어 필사본 시집 3부를 만든 뒤 은사인 이양하 교수에게 1부,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함께 하숙했던 후배 정병욱에게 1부를 건네고 자신도 1부를 지닌 채 1942년 일본 유학길을 떠났다. 정병욱 선생이 고향인 망덕포구에 와서 어머님께 윤동주 시인의 육필원고를 잘 간수해 달라고 당부를 드리자 양조장을 했던 부모님은 술항아리에 넣어서 마루 밑에 숨겨 보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항일저항운동을 하던 학생들과 뜻을 같이하던 윤동주 시인은 감옥에 갇혀 생체실험 대상이 되어 29세의 나이에 끝내 목숨을 잃는다. 정병욱 선생 생가에 보존된 윤동주 시인의 육필원고 등을 모아 1948년 1월 간행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정병욱 선생은 윤동주 시인의 2년 후배였지만 둘은 하숙방을 함께 쓰던 절친한 문우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 ‘서시’ 등을 지금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정병욱 선생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의 육필원고를 보존했던 정병욱 선생의 생가가 있는 전남 광양시 망덕포구와 광양시의 유일한 섬인 배알도를 탐방하기 위해 멀구슬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길을 나선 지 1시간 30분만에 망덕포구 정병욱 선생 생가에 도착했다.

1925년 건축된 점포형 목조건물인 정병욱 선생 가옥은 양조장과 주택을 겸용한 구조의 건축물이다. 윤동주 시인의 육필원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보존과 부활의 공간으로써 문학사적 의미와 함께 윤동주 시인과 정병욱 선생의 우정을 기려 2007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32평, 방 5개의 건물만 남아 있다.

건물 외벽에는 윤동주 시인과 정병욱 선생과의 인연, 문학적 우정을 담은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적힌 육필원고와 원고가 담긴 항아리를 마루 밑에 숨겼던 상황을 재현해 놓은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윤동주 시인이 문우인 정병욱 선생에게 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육필 원고 표지에는 ‘정병욱 형 앞에’ ‘윤동주 정(呈·드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세상에서 단 3권밖에 없는 윤동주 시인의 육필 시집을 정병욱 선생에게 건넸다는 것은 두 사람의 문학적 우정이 얼마나 두터웠는가를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두터운 우정이 문학사에 길이 빛날 자취를 남겼음을 보고 신의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별 헤는 다리와 해맞이 다리로 연결된 배알도

정병욱 선생 생가에서 배알도까지는 1.2㎞정도 되는 거리다. 바다처럼 넓게 펼쳐진 섬진강 하구의 풍경을 감상하며 배알도를 향해 걸어가니, 망덕포구와 배알도를 연결한 다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뚝 솟은 주탑의 조형미가 빼어난 이 다리가 ‘별 헤는 다리’다. 정말 이름만큼이나 멋진 다리였다. 흰색과 보라색으로 칠해놓은 난간도 예뻤지만, 전어의 형상을 본떠서 만든 다리의 주탑이 정말 아름다웠다. 연한 파란 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주탑은 ‘별 헤는 다리’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순수와 동경, 낭만과 그리움의 의미가 채색된 것 같아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그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 자그마한 섬 하나가 있다. 경상남도 하동군과 전라남도 광양시의 경계에 있는 배알도다. 면적 0.8㏊, 높이는 25m의 아주 작은 섬이다.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배알도는 섬의 모양이 육지에 있는 망덕산을 향해 예(절)를 올리며 배알하는 형국이라 해서 배알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배알도의 옛 이름이 뱀섬이었는데 그 배암섬이 배암도, 배알도로 변했다고 하는 이도 있다.

섬에 닿자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빨간 글씨로 써놓은 ‘배알도’ 랜드마크였다. 배알도 섬 정원에 조성해 놓은 랜드마크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포토존이다.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섬 정원에는 동백꽃 포토존과 섬진강 모래톱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엔조이 배알도’ 포토존이 있었다.



 
 


배알도 정상에 있는 정자 해운정에 오르자, 섬진강 물줄기와 멀리 하동의 금오산, 사천의 와룡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풍경도 멋있지만 조용히 정자에 앉아 물멍하기에도 참 좋은 자리란 생각이 들었다. 물멍을 하면서 명상에 잠긴 필자 곁에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다가와 더 깊은 명상에 들 수 있도록 격려를 해 주는 것 같았다.

데크로 되어있는 배알도 탐방로를 내려와 ‘배알도 별 헤는 다리’ 반대쪽 배알도 수변공원이 있는 태인도로 이어놓은 ‘배알도 해맞이 다리’를 건너갔다. 섬진강 모래톱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개나 게를 채취하고 있었다. 배알도 수변공원 캠핑장에는 휴일을 맞아 찾아온 캠핑객들로 빈 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배알도를 중심으로 놓인 두 다리의 이름에 ‘별’과 ‘해’가 들어가 있는 것은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도 연관이 있지만, 빛과 볕의 도시, 광양을 상징하는 태양을 모티브로 빼어난 일출 광경을 자랑하는 곳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별인 윤동주 시인을 지켜 준 정병욱 선생의 생가와 섬진강 하구 별과 해의 빛을 품은 채 세상을 환하게 하는 배알도는 수많은 탐방객들에게 꿈과 빛, 힐링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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