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의 책읽는 하루] 김한민 作 ‘아무튼, 비건’
[유수연의 책읽는 하루] 김한민 作 ‘아무튼, 비건’
  • 경남일보
  • 승인 2022.07.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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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으로도 건강 지킬 수 있어요”
몇 년 전,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찾는 관광객들을 보며, 저 역시 그런 여유를 대리만족하며 즐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윤식당은 시즌을 거듭하며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이 되었는데요. 장소는 달랐지만 휴양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음식을 맛보게 한다는 큰 틀은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프로를 보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메뉴마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가 별도로 존재한 것입니다. 메뉴 주문을 받을 때마다 채식주의자들에게 별도의 메뉴를 소개하는 장면은 저에게 생소하게 다가왔으며, 그러한 채식주의자들을 좀 유별나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어릴 적부터 음식 가리지 말고 골고루 잘 먹으라고 교육받으며 컸기에 굳이 고기를 가려먹는 것은 까다로운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을 보는 제 시선이 유별남에서 위대함으로까지 달라졌으니, 그 계기가 된 책이 바로 김한민이 쓴 ‘아무튼, 비건’입니다.



 
 


먼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 운동이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건은 고기는 물론, 유제품, 달걀, 생선도 먹지 않으며, 음식 이외에도 가죽, 모피, 양모, 악어가죽, 상아 같은 제품도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 동물을 인간과 동등하게 여기며 동물의 그 어떤 것도 강제로 빼앗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작가는 2010년 돼지 생매장 사건 때, 흙에 파묻힌 후 밤새 땅을 파고 올라온 돼지들을 다시 밀어 넣을 수밖에 없었던 한 담당 공무원의 글을 읽은 후, 그 충격으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후 작가는 육식으로 인해 일어나는 잔인한 동물 학대, 어마어마한 환경파괴와 무엇보다 채식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 아니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본격적으로 비건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동물성 식품과 관련해서 알게 된 여러 불편한 진실들을 책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이 낮은 수컷 병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그라인더로 갈려 사료로 만들어지기도 하며, 일부 모피 공장에서는 산 채로 전기 충격을 당하고 가죽이 벗겨진 여우와 너구리들이 다시 깨어나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소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물이 약 1만 5000ℓ가 들고,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전체의 18%로 비행기, 자동차, 기차, 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배출량인 13% 보다 훨씬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게다가 가축 사료 재배를 위해 해마다 이탈리아만 한 크기의 산림을 없애고 경작지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말처럼 단순히 사람의 세치 혀의 입맛만을 위해 희생당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었으며, 그동안 제가 얼마나 무감각하게 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채식만으로도 건강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내용을 여러 근거자료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기는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을 채우기 위해 꼭 먹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우리의 상식이 많이 잘 못 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의사들이 채식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많은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며, 고기와 유제품을 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게임 체인저’라는 다큐멘터리도 보았는데, 마라톤, 철인 3종, 산악 트레킹, 역도, 미식축구에서 채식 후 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작가 또한 비건을 실천한 후 기대치 않게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매년 잦았던 병치레가 없어졌고, 빈혈 기운도 사라지고, 군살이 빠지면서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지고 체력이 좋아졌으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하다는 감정까지 느낀다고 합니다.

다행히 해외, 특히 유럽에서는 육식의 문제점과 채식의 영양학적 안전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미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비건식 소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 인구의 절반이 ‘비건식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고, 독일의 식음료 제품 열 개당 한 개가 비건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인의 50%가 육식의 문제점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육류 섭취를 줄이고 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고 합니다.

급식에서 채식 메뉴를 의무화하는 학교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유럽의 웬만한 레스토랑에서는 채식 메뉴 한두 개는 어김없이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윤식당에서 채식 메뉴를 준비한 이유가 있었던 거죠. 우리나라도 채식을 실천하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 이제 25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제 자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도 ‘다채롭데이’를 운영하며 한 달에 한 번씩 채식을 접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지금보다 쉽게 채식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작가는 자신이 태어나 비건을 실천한 일을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심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처음 시작은 어려울 수 있지만 완벽주의를 버리고, 고기 없는 주말, 내 돈 주고 고기 사 먹지는 않기, 세 끼 중 두 끼는 비건 실천하기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자고 합니다.

우리의 작은 노력들로 동물들의 고통을 덜고, 탄소 배출을 줄이며, 산림 훼손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지금에서야 노예제도나 유대인 대량학살사건을 두고 잘못되었다고 인식하며 비판하지만, 그 시절에는 당연시되었던 것들이지요. 현재 우리 주변에 이루어지고 있는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도 먼 훗날 미래 인류는 노예제도나 유대인 대량 학살사건처럼 느끼지 않을까요. ‘아무튼, 비건’은 저에게 있어 너무나 당연히 여기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뒤집게 만든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이 작은 책이 누군가에게 어떤 변화의 출발점일 수 있다면 이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동물, 환경, 무엇보다 우리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의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유수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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