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소년이 발견한 진흥왕척경비
[경일칼럼] 소년이 발견한 진흥왕척경비
  • 경남일보
  • 승인 2022.07.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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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수필가·전 명신고 교장)
안명영


소나무 그림자 드리운 보물 310호 창녕 석빙고 앞에서 길을 묻는다. “그것을 보려면 어디로 가나요?”

만옥정공원으로 가란다. 시장을 지나자 정자 옆에 안내판이 있다. 창녕읍 중심은 화왕산 능선이 끝나는 지점으로 배가 나아가는 형상이라 배를 묶어두는 계주동(繫舟洞)이라 하다 일제강점기에 술정(述亭)의 정자 이름을 따서 술정리가 되었다.

국보 34호 창녕 술정리 동 삼층석탑 뒤 자전거를 세우고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 하는 노인이 읍사무소 옆 만옥정공원으로 가란다. ‘그것은’ 진흥왕척경비를 말하며 만옥정공원에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진흥왕순수비는 필수 암기 항목이며 창녕순수비에 친밀감을 가졌다. 오늘에야 실물을 본다는 사실에 가슴을 설레게 한다. 벚나무 사이 봉우리에 정자가 보인다. 한 칸 규모로 지붕은 기와를 얹었고 기둥 사이 비석은 진흥왕척경비. 왼쪽으로 볼록하고 오른쪽은 가운데가 잘록한 자연석 앞면을 편평하게 다듬어 비면 둘레는 윤곽을 선으로 새겼다. 비문은 해서체이며 뒷면의 중앙 아래 부분은 황색의 얼룩이 선명하다. 몇 바퀴 돌아보고 안내판을 살핀다.

창녕 신라 진흥왕척경비 국보 33호, 진흥왕이 창녕지역을 신라의 영역으로 편입하면서 세운 비이다. 1914년 발견되어 1924년 현재의 자리로 옮겼으며 최초 발견 자리에 표지석을 세워 두었다. 비문은 27행으로 전체 643자 가운데 400자 정도 판독되었다. 비문 첫 머리에 辛巳年 二月一日立라는 내용이 있어 진흥왕 22년(561) 세워졌음을 알 수 있다.

6행 하단에 해주백전답(海州白田畓)이 나온다. 물수(水)와 밭전(田)의 합친 논답(沓)자는 삼국유사에 ‘우리가 만든 고유 문자(沓乃俗文也)’라고 적고 있다. 14행 상단에 도설지(都設智)가나오는 데 신라와 대가야의 결혼 동맹으로 대가야 이뇌왕과 신라 왕족 비지배의 딸 사이에 낳은 월광태자이다. 단양신라적성비에 도설지는 기록되었다. 대가야의 외교노선이 백제로 기울자 신라로 망명하여 장군으로 기용되고 신라는 대가야를 정복한 후 그를 대가야 왕으로 책봉한다.

554년 옥천 관산성에서 백제·대가야 등의 연합군과 신라와 국운을 건 대회전이 있었다. 백제 성왕은 태자 창을 격려하러 소수의 기마병을 이끌고 가다 삼년산성에서 출발한 신라군의 매복에 걸려 최후를 맞이했다. 성왕의 목을 벤 이는 삼년산군 출신의 고간도도이며 김유신 조부 각간 김무력의 비장이다. 561년 진흥왕은 대가야를 점령하기 위하여 이곳에서 전군지휘관회의를 하면서 척경비를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가야는 관산성 전투에서 이미 전력을 상실하여 별 저항 없이 562년 사다함 선봉의 이사부군에 멸망한다.

진흥왕척경비는 1914년 목마산성으로 소풍을 갔던 창녕보통학교 학생이 발견하였고, 일본인 교장 하시모토가 학계에 보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위대한 발견을 한 문화재 지킴이 소년의 이름을 널리 알려야겠다. 충주북여중 교사 장준식은 남한강변 입석마을 입구 커다란 세운돌에 이끼를 조금 걷어 내 ‘□□大王’이라는 글귀를 읽고 진흥대왕 순수비를 찾았다고 흥분하며 지도교수에게 알린다. ‘□□은高麗’이며 장수왕 69년(481)에 건립된 남한에서 발견된 최초의 고구려비로 국보 205호로 지정되었다.

전방 300m 지점 담장 앞에 ‘진흥왕척경비 원위치’ 표지석이 있다. 발굴 당시 사진에 아래 부분은 땅속에 묻히고 윗면은 노출되었다. 소풍 나온 소년은 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이상한 문자를 보고 담임에게 알렸던 것이다. 거북바위에 타원형으로 8개의 직책과 이름을 새겼다. 진흥왕(眞興王)은 전서체이고 눈에 익은 거칠부지 일천간(居七夫智 一尺干), 비자벌군주(比子伐君主) 등이다.

250년 전 만옥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면 진흥왕척경비는 창녕박물관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만옥정을 복원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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