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통영 여인들
[경일포럼]통영 여인들
  • 경남일보
  • 승인 2022.07.0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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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송희복 교수


통영 출신 인물 중에서도, 이름난 여인들이 많다. 1930년대의 시인으로서, 모던보이로서 유명했던 백석이 흠모해 마지않았던 박경련은 이화고녀를 나온 재원이었다. 모던보이란 말은 현대적인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의 취향을 추구하는 젊은 남자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모던보이는 후대에 핸섬보이와 동의어가 되고, 지금에 있어선 꽃미남을 의미하는 말이다. 박경련은 훗날에 지역의 명망이 있는 교육자의 아내로서 평범한 삶을 살았다.

통영 출신의 공덕귀는 일제강점기에 여성 독립운동가, 유신 시대에 민주화 인물로 살았다. 대통령 윤보선의 아내로 대통령 영부인이었다. 우리나라 여성으로는 최초다. 또 지금까지 경남 지역이 배출한 대통령 영부인 네 명 중의 한 사람이다. 박경리는 두말할 필요도 없는 존재다. 공덕귀가 여성의 사회적인 지위에 있어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다면, 그는 문인으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필생의 대작 ‘토지’는 주로 경남 지역을 배경으로 한 애증과 집념과 욕망의 총체적인 서사다.

영화감독 홍상수의 모친이요 서울대학교 총장 오세정의 장모인 전옥숙은 영화·출판·방송 등의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를 두고 어떤 이는 충무로의 여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사교계의 여왕이라고 한다. 그의 인품은 1970년대 중반에 일본에 체류할 때 일본 지식인들도 사로잡았다. 그에 관한 얘기는 많이 있지만, 그는 한마디로 말해, 한일의 국경은 물론, 좌우의 장벽과, 남녀의 경계를 넘어서 한 시대에 가교와 통로를 마련한 인물이었다.

아직 생존해 있는 사람 중에,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주로 활약했던 여배우 정윤희는 정비석의 소설 ‘성황당’을 재구성한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0)에서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다. 불타오르는 장작불 너머의 벗은 모습은 아름다움의 이미지로, 나의 뇌리에 시간의 흐름이 멎은 채 각인되어 있다. 그는 만인의 연인이었고, 시대의 가인(佳人)이었다. 통영 출신의 여성 명사들은 젊어서 한결같게 미인이었지만, 정윤희의 경우와는 결이 달랐다. 절색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인생 후반기에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와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나는 통영 여인들 중에서 미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를 알 수 없다. 통영이 참으로 풍광이 명미한 항도여서 그런지 모르겠다. 통영은 물색, 하늘색조차 다르다. 자연의 형상이 아름다우면, 사람들의 용모도 아름다워지는 걸까? 통영 앞바다는 숱한 섬들로 점철되어 있다. 여기의 섬 중에서 비진도는 허리 잘록한 미인의 형승(形勝)이어서 미인도라고 한단다. 근데 미인의 일본어 발음이 ‘비진’ 아닌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일본어 발음을 하고선 ‘보배에 비길 만한’의 뜻이 있는 ‘비진(比珍)’을 갖다 붙인 걸까?

요즘 여론의 표적이 되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전현희도 고향이 통영이다. 그녀는 통영의 충렬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여성엘리트로선 치과의사, 변호사, 국회의원(2선) 등의 보기 드문 경력을 쌓았다. 그는 앞 정권이 임명한 장관급 자리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쉽게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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