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린바이오산업 육성, 국제적 합의 모르면 ‘사상누각’
[기고]그린바이오산업 육성, 국제적 합의 모르면 ‘사상누각’
  • 경남일보
  • 승인 2022.07.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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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예리 (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류예리 


서부경남이 미래 먹거리인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린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은 젊은 인재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창업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젊은 이들을 서부경남에 남아 있을 수 있게 해 궁극적으로는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쉬운 해법이 될 수 있다.

바이오산업은 살아있는 생명자원을 주된 소재로 하며, 여기에 다양한 바이오기술을 접목시켜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성장 산업이다. 유럽에서는 의약과 관련되면 레드바이오, 에너지 같은 산업과 관련되면 화이트바이오, 농업 분야는 그린바이오로 구분하고 있고, 우리도 편의상 그렇게 부르고 있다.

서부경남권에 속하는 진주시는 그린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에 최적지라 할 수 있다. 먼저 진주시는 그린바이오산업을 육성할 강력한 의지가 있다. 진주시는 2021년에 이미 바이오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그린바이오산업을 지원할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둘째 (재)진주바이오산업진흥원은 그린바이오산업을 선도할 생태계를 구축할 인력과 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셋째 경상국립대학교는 그린바이오산업분야 전문인력 양성학과를 신설해 그린바이오산업에 제공될 석·박사를 배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삼박자가 맞으니 완벽하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외적인 요소를 다 갖추어 놓고도 그린바이오산업에 영향을 끼칠 국제조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그린바이오산업의 핵심소재인 생물유전자원은 1992년에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의 아들 조약인 나고야의정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나고야의정서의 핵심 내용은 이제 생물유전자원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고야의정서에 따르면 다른 나라의 생물유전자원을 연구하고 개발할 목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 국가의 관련 법을 준수해야 한다. 다음으로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여 발생할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계약서를 체결하여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이 “설마 들킬까” 하는 마음으로 허락 없이 함부로 해외의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다가는 생물해적행위 기업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한 엄청난 손해는 상상에 맡긴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우리나라는 나고야의정서에 98번째로 당사국이 되었고, 2017년 유전자원법도 제정했다.

우리 바이오기업들은 주로 중국의 생물유전자원에 의존하는데 중국은 이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추고, 우리 바이오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2008년 특허법을 개정하여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한 발명을 출원할 경우 그 생물유전자원의 원산지와 취득경로를 밝히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특허 자체에 대한 거절은 물론 특허등록의 취소,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중국은 호남성, 운남성, 광서장족자치구에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용 관련 법령을 제정하여 이들 지역 내의 생물유전자원을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만 바이오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카르타헤나의정서는 현대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하여 생성된 유기체를 관리하는 생물다양성협약의 또 다른 아들 조약으로 바이오 제품의 유통 및 교역에 영향을 끼친다. 진주의 그린바이오산업계가 이런 국제적 합의들까지도 이해하여 국제적 분쟁에 대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외적 요건과 내적 요건을 모두 갖춘 진정한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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