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국가가 존재하는 이유
[경일시론]국가가 존재하는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22.07.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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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내가 불의의 위험에 처했을 때 대한민국은 곁에서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하고 자문해 본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글쎄” 이상의 답은 나오지 않는다. 요즘 부쩍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심지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넘어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극단적 생각까지 든다. “이게 나라냐”며 대한민국 존재 자체가 부정됐던 게 불과 5~6년 전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그때 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대한민국 그대로다. 오히려 그때 보다 더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세월호 참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완도 일가족 사망 비극만 봐도 그렇다.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들게 했다. 국가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가 역할을 했느냐’는 물음에 국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어린 학생들이 죽어갈 때도,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격되고, 시신이 불태워질 때도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려는 적극적 역할이나 조치가 없었다는 점이 국민을 분노케 한다. 만사를 제쳐두고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생명 구조에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린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완도 일가족에게는 사업과 투자 실패로 경제적 위기 상태로 내몰려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도 이들과 고통을 나누고 깊은 무력감과 좌절을 위로할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국가 마저도 옆에 없었다.

국가가 어떻게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냐고 항변할 수도, 억울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 국민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 곁에 없었던 국가로서,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데 대한 자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을 놓고 서로 ‘네탓’하며 정치적 논쟁만 골몰하는 것은 국가 모습이 아니다. 국민의 죽음에는 그 원인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무조건 구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있다. 안보적 보호, 경제적 보호, 재난으로부터의 보호, 사회정의 차원의 보호 등 총체적인 보호다. 그 중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독일 시인 괴테는 “개인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는 국가다”라고 했고,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국가는 우리가 마음놓고 살 수 있는 터전이요, 생활의 바탕이며, 방패다”라고 했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구조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헌법 전문과 제10조, 제30조, 제34조 6항 등 헌법 조문 곳곳에 국가의 국민 생명 구조·보호 책무가 규정돼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도 취임식 때 이같은 책무 규정을 준수하고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국민 앞에 선서한다.

지금도 삶의 끈을 놓으려고 하는 국민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들 곁에는 국가가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의 책무에 대한 면죄부 찾고자 하는 모습만 역력하다. 실망스럽고 분노까지 치민다. 월북 의도 진위 여부나 사업 및 투자 실패 등과 같은 원인은 결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책무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에 대한 인식이 히틀러식 사고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히틀러는 “개인의 생명 위에 국가가 있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국가는 개인의 생명 위에 있다’라고 하는 그릇된 인식에 빠져 있는 위정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들이 대한민국을 정말 두렵고 무서운 나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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