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허준이 교수와 수포자
[천왕봉]허준이 교수와 수포자
  • 이홍구
  • 승인 2022.07.1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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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이 차오르고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젠 노벨상이다. 가즈아~.” 얼마전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을 전한 기사에 ‘한국 교육의 쾌거’라며 달린 댓글이다. 하지만 “대입위주 주입식 교육의 현실을 되돌아봐야한다”는 반박 글도 공감을 얻었다.

▶필즈상은 국제수학연맹이 4년마다 만 40살 미만의 수학자에게 주는 수학계 최고상이다. 노벨상보다 타기 힘들다는 이 상을 한국인이나 한국계가 받은 건 126년 역사상 처음이다. 언론은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인 허 교수가 미국 국적자이지만 초등학교부터 대학원 석사까지 한국에서 교육받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렇지만 허 교수의 학창시절은 통상적인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밟은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다. 수학을 좋아했지만 시험위주의 제도권 교육에는 흥미를 잃고 고등학교를 자퇴한 그는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들어갔다. 중3때 과학고를 지원하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방황하던 그는 4학년 때 일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대수기하학 강의를 수강하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원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게된 것이다.

▶어릴 적 시인을 꿈꾼 허 교수는 “한국에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은 건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고, 학생들이 학창시절을 공부하는 데 쓰는 게 아니라 평가받기 위해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학의 매력을 ‘자유로움’이라고도 했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한국 수학계의 경사이긴 하지만 한국 교육의 모범사례는 아니다. 허 교수의 성취가 한국 교육제도를 되돌아보고 변화시키는 작은 물꼬가 되길 바란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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