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토사구팽(兎死狗烹)
[경일춘추]토사구팽(兎死狗烹)
  • 경남일보
  • 승인 2022.07.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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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구호 (경상국립대학교 강사)
조구호 경상국립대학교 강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개월 당원권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여당 대표의 이같은 중징계는 우리 정치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토사구팽이라고도 하고, 자업자득이라고도 한다.

이준석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자업자득이라 하고, 이 대표에 대해 동정적인 사람들은 토사구팽이라고 하는 것 같다. 여론은 토사구팽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국민의힘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이 대표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토사구팽은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돼버린다는 것이다. 세상살이에서 토사구팽은 흔하고 또 당연하기도 하다. 회사나 조직에서 역할을 다 한 사람은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쫓겨나게 된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컴퓨터도 오랫동안 사용해 기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면 버리고 새 것으로 교체한다. 그러니 토사구팽이 되기 전에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대표는 혼신의 노력으로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며 울먹이면서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토사구팽은 당대표가 될 때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보수세력의 집합체인 국민의힘이 30대 이준석을 당대표로 내세운 것은 우리 정치에 새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180여 석에 달하는 거대한 민주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물론 이 대표도 그런 점들을 인지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지는 분명했다. 토사구팽을 당하지 않게 당을 완전하게 장악을 하든지 아니면 스스로 거취를 분명하게 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우는데 일등공신이었던 한신과 장량의 처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신과 장량은 유방을 도와 천하를 제패하고 한나라를 세우지만, 두 사람의 처신은 달랐다. 한신은 건국의 공로로 초왕(楚王)에 봉해지지만, 장량은 모든 벼슬을 마다하고 아무도 찾지 못하는 깊은 산 속으로 숨어버렸다. 장량은 더 이상 자기가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세상과 담을 쌓고 은거했지만, 초왕이 된 한신은 주위의 부추김에 유방의 자리를 넘보다가 목숨을 잃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용도가 끝나면 폐기된다. 물건은 지각이 없지만, 사람은 지각이 있어 자신의 역할과 처지를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의 역할과 처지를 판단하여 행동하지 못하면 수모를 당하고 곤욕을 치르게 된다. 그것은 한신을 비롯한 많은 인물들에 대한 기록이 잘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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