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2022 형평의 백년 ‘도큐멘타 경남Ⅱ-형평의 저울’
1923/2022 형평의 백년 ‘도큐멘타 경남Ⅱ-형평의 저울’
  • 백지영
  • 승인 2022.07.1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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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 차별·혐오에 비춰 본 전시…경남도립미술관 10월 2일까지

한국 최초의 인권운동인 ‘형평운동’ 1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오늘날에도 여전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지난 14일 오후 ‘도큐멘타 경남Ⅱ-형평의 저울’(이하 형평의 저울) 사전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0년 사이 경남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도큐멘타 경남’ 두 번째 순서다.

김재환 학예연구사는 “현대에도 소수자나 장애인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과거 사건을 통해 사회적 차별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기획전은 권은비·서평주·최수환, 3명의 작가가 100년 전 형평운동을 오늘의 시선에서 되짚어보며 제작한 영상설치 작업과 조형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관의 다른 공간에는 ‘형평운동’의 역사와 그 정신을 이어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 당시 백정의 아픈 삶을 담은 아카이브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3명의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재해석한 작품들은 관객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권은비 작가의 작업 ‘182219222022’는 형평사 창립 1년 전인 1922년을 기준으로 100년 단위의 역사 속 여성의 서사를 재해석했다.

1822년, 1922년, 2022년이라는 시대적 공간을 담은 3개의 영상은 허구적이고, 재역사화된 당시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모두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하나의 장소에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권 작가는 “역사를 예술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만큼 형평 운동을 주제로 한 전시도 반갑게 참여했다”고 밝혔다.

서평주 작가의 영상 설치 작업 ‘기울어진, 저울_선/대치/형평’은 1923년 형평운동이 일어난 이후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은 어떠한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3개의 영상 채널 중 중앙에 형평운동 당시 진주에서 발생한 ‘반형평운동’을 다루고 양쪽 화면을 통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며 서울 지하철 시위를 펼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서 작가는 “형평 운동이 현대에 주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부분에 집중했다”며 “전시에 장애인 3명을 초청해 이들이 전시를 관람하며 겪는 상황을 촬영·편집 후 전시관 한쪽에 추가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수환 작가의 ‘백번의 봄’은 당시 백정의 삶을 조망하는 작품이다. 일종의 인형극 설치 작업으로 직접 손잡이를 돌려야 작품이 작동한다. 역설적이게도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직접 차별과 혐오, 그리고 폭력의 주체가 돼야 한다.

최 작가는 “형평운동 관련 자료를 읽다보니 가슴 아픈 이야기 투성이라 형식이라도 재밌게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곤정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기대와 걱정을 품고 미술관에 왔는데 둘러보니 벅찬 마음이 든다”며 “내년 형평사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 사업을 준비 중인데, 그에 앞서 이번 전시를 통해 형평운동의 의미를 도민들에게 되새겨 준 것 같아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다.

‘형평의 저울’은 오는 10월 2일까지 경남도립미술관 2·3특별전시실에서 전시된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14일 창원시 의창구 소재 경남도립미술관에서 ‘도큐멘타Ⅱ-형평의 저울’ 전시 사전 설명회 참석자들이 최수환 작가의 설치 작업 ‘백 번의 봄’ 설명을 듣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도큐멘타Ⅱ-형평의 저울’ 최수환 作 ‘백 번의 봄’.
최수환.
권은비.
서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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