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그걸 아는 것이 중요하단 말인가
[경일칼럼]그걸 아는 것이 중요하단 말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2.07.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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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김취열기념의료재단 이사장)
김태욱 김취열기념의료재단 이사장


“그걸 모르니까 안 되는 거지!” 십수년 전 필자가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 선배께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나요?”라고 여쭈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재차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상사가 갑자기 ‘어제 그거 어떻게 되었어?’라고 물어본다고 치자. 행여나 ‘자네, 그거 좀 가져와봐’라고 했다 치자. 그러면 자네는 ‘어제 일 중에, 아니면 최근 일 중에, 상사가 매우 중요시 여겼던 바 혹은 신경 쓰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늘 기억하고 있으면서 재빨리 답을 해 줘야 한다는 거야. “자네는 그걸 알아야 돼”라는 말이었다. 필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결코 저런 상사는 되지 말아야겠다’

신임 대통령이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기로 한 결정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 고위층이 누려온 공관 제도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게다가 어느 유명 기업가는 “과거 권위는 집무실 평수에서 나왔지만 이젠 그런 리더십은 곤란하다"며 "공공기관의 공관뿐 아니라 모든 조직이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 크고 권위적인 집무실에서도 구성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루고 성과 있는 회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폭이 2m가 넘는 테이블에서는 발표만 있지 토론이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은 핵심을 찌른다.

유니콘 벤처가 새 세상을 만들어가면서 이런 말을 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닙니다” 이는 고객에게 “정시 서비스를 약속했다면 반드시 지켜라”라는 말이다. 10시에 진료예약이 됐다면 10시에 진료를 시작해야 한다. 지키지 못한, 그래서 낭비된 고객의 1분은 형언할 수 없는 자산가치이다. 그리고 또 다른 유니콘 기업은 ‘최고의 아이디어는 가장 많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온다’고 설파했다. 회의에 참석한, 아직 경험이 일천한, 그래서 발언 기회가 더더욱 줄어든 신입 사원들의 가장 흔한 태도를 보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괜히 얘기했다가 꾸중만 듣게 될 걱정’ 때문에 입 다물고 있다. 아무 말 하지 않으면 최소한 중간이라도 가는 건가? 과연 그래야 하나? 필시 그 직장 분위기가 “자네가 뭘 안다고 그래?”로 점철됐기 때문일 테다. ‘아무리 하찮은 생각이라도 더 나은 아이디어를 위한 물꼬’임을 믿어야 한다. 그러한 믿음이 있는 조직에서야 개혁이 가능하다.

우리는 늘상 개혁을 얘기하면서도 ‘지금껏 그래왔던 관행’을 못바꾸고 있다. 이미 몸에 익숙해 굳이 바꿀 생각이 없어서인지, 개혁을 하자니 피곤해서인지, 과거의 잘못된 바를 얘기하면 관행이라고 말하고, 새롭게 뭘 하자고 하면 전례가 없다고 한다. 앞선 선배의 말씀에 대해 이제 필자가 용기 있게 대꾸하고자 한다. “그 상사가 ‘어제 이러저러한 연유로 이러저러하게 지시한 일이 어떻게 되었어?’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는 없는 건가요? 왜 상사는 자기 편하자고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합니까? 이제는 바뀌어야 되지 않나요?” 그걸 안다는 것은 바로 ‘본질을 꿰뚫는 혜안 또는 통찰력’을 일컫는 것이며, 알 수 없는 한 길 사람 속을 파고들어 상사의 현황에 대처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혜안과 통찰력조차도 바뀌기 마련이다. 올바른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이란 것이 만약 늘 그래왔던 그 동안의 관행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런 종류의 ‘그것’, 그런 종류의 관행은 깨는 게 낫다. 바로 그곳에서 개혁의 실마리가 잡힌다. 당장에라도 개혁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걸 아는 것이 중요한지, 어떤 그걸 알아야 하는지 지금 당장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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