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배는 배꼽보다 엄청나게 더 크다
[경일시론]배는 배꼽보다 엄청나게 더 크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7.19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복더위에 접어든 날씨가 후덥지근 하다.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고 싶지만 사용한 만큼의 누진률 적용이기에 고공 전기요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회전인 경우, 무정차 주행이 가능했지만 일시 정지를 강제한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상황을 살펴야 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와 총리가 대행하는 그것에 참석하는 각 부 장관의 마음가짐은 다를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주위환경과 시스템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인지심리학의 기초면서 사람의 본능적 작용에 따름이다.

범죄로 인한 형벌중의 하나인 사형제도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전 이 사형제가 행복추구권을 조문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위반되는지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 심리가 있었다. 이전인 1996년과 2010년에도 같은 사안을 두고 두 번의 평결이 있었다. 각각 합헌 판결이었다. 12년이 지난 올해 또 재개된 것이다. 세 번째다. 소원의 청구인은 사형수라 하더라도 하늘이 내린 인간의 생명권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박탈은 부당하다는 논지로 폐지를 주장하였다. 반면, 변론 당사자인 법무부는 ‘사형제’ 그 존재만으로 범죄억지력이 상당하게 발휘된다는 취지로 존치를 견지했다. 찬반양론에 갑론을박의 절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엄연히 사형제가 형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존재해 있다. 그런데 집행이 없기에 사실상의 폐지국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현재 61명의 사형수가 수감되어 있다. 지금도 기소권자인 검찰의 사형구형은 이어지고 법원도 아주 드물게 선고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은 실형이 확정된 후 6개월 이내에 집행토록 했다. 형사소송법 제 465조가 그렇다. 그런데 집행을 안한다. 실정법 위반이 분명하다. 사형집행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가 집권자인 대통령에게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따름이다. 1998년 김대중정권 부터다. 지금까지 약 25년간 열명 이상의 법무부장관이 예외없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온당치 않고 비겁하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이 제도 자체가 범죄예방에 직접적이거나 긍정적 효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다. 그럴까? 인간의 본능과 환경적 요인을 무시한 편견이다. 민주주의는 사회적 약속, 시스템으로 유지된다. 규칙과 법률로 지탱되는 것이다. 제도상의 체제로 경각심과 주의를 부여한다. 그것으로 겁을 준다는, 위하력이 발현된다. 제도가 효력으로 나타난다는 등식을 성립시킨다. 세상 섭리의 일환이다. 예방효과가 미진하다는 진단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근거다.

나라마다 문화와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같은 가치를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다. 비교적 생명을 신성시하는 특정 종교적 교리(敎理)가 강하게 남아있는 서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사형제가 없다. 죄값을 강조하는 응보(應報)의식이 강한 거의 전부의 동양 국가는 사형제가 있다. 우리도, 일본과 대만도 그렇다. 싱가폴은 사형제에 더해 곤장을 치는 태형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각 주마다 선택이 다르다. 텍사스는 없앴다가 다시 부활시켰고 버지니아는 얼마전 폐지했다. 교포가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등 과반의 주(洲)는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범죄 무풍지대는 없다. 누구든 그 잠재적 위협속에 산다. 사형수 인권이 무시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배꼽이 크다 한들 복부의 한쪽이다. 국민 전체의 생명권보호, 인권이 더 간절하기에 사형제 존치의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극악무도한 강간살인 등 범죄를 당한 나 혹은 배우자를 포함한 내 가족이 당사자라도 가해자인 사형수의 생명은 담보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위선일 것 같다. 헌법재판관도 예외 아니다. 헌법재판소 평결을 염려로 주목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