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부모와 아이가 살아낸 반짝이는 육아이야기
[여성칼럼]부모와 아이가 살아낸 반짝이는 육아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22.07.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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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고명정

연애와 결혼, 출산에 관하여 기대를 가지거나 기대의 뉘앙스를 주는 것이 조심스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 가운데 경남일보가 주최하는 ‘나의 육아이야기 공모전’은 해를 더할수록 내용과 규모면에서 선전하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올해도 참가 작품 수에 먼저 놀랐고 감동과 재미로 버무려진 농밀한 이야기들에 연신 놀라며 출품작들을 꼼꼼히 읽어내렸다.

너나할 것 없이 삶은 각양각색으로 치열하다. 자신의 삶이 아니고서야 그 누구의 삶에 대하여 어떤 기준을 가지고 옥석을 가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심사’라는 말은 그 자체로 어폐가 있으며 불가능한 전제를 가지고 태어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공모전’이라는 틀거리 안에서 조심스레 부담을 갖고 부모와 아이가 온몸으로 살아낸 이야기 향연으로 들어가 보았다.

어느 집에는 간절한 기다림의 응답으로, 어느 집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다가오는 임신테스트기의 빨간 두 줄로 서막이 오르며 육아가 시작된다.

태아든 유아든, 생명은 잠, 체력, 멘탈 등 보호자의 것을 아낌없이 주어야 자라난다. 움직이기 시작한 아이의 공간이 커지는 만큼 부모의 기민함과 순발력의 크기도 커진다. 말을 하고 자아가 자라며 종일 떠드는 아이를 응대하며 부모도 수다쟁이가 되고 시인이 되어간다.

잠들지 않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아이의 작은 신호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배우고, 무한반복 돌봄과 살림의 일상을 사느라 다크서클이 한껏 내려가고, 드디어 아이의 사회생활 시작을 알리는 등원과 등교의 통과의례를 치룬 부모의 남다른 아우라가 옅보이기도 하는 작품 속 이야기들이 뭉클하다.

육아의 ‘졸업’을 바라기 힘든 장애아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며 함께 보폭을 맞추며 겪은 세월, 아이 저마다의 속도를 기다리지 못해 애태운 어른의 시간들, 난임으로 기다리던 아이를 만난 기쁨도 잠시, 성장과정의 태산을 넘고 협곡을 건너온 이야기들, 전쟁이라 하기도 하고 눈물골짜기라 하기도 했다.

맘대로 되지 않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을 반추하고 성찰하는 순간을 수시로 맞는다. 지금껏 살면서 그 누구의 안녕을 이리도 간절히 기도하며 낮아진 적이 있었는가, 부모가 되기 전에는 사회의 일원으로 다부지게 한몫하며 힘주며 살아온 이들이 나에게 온 작은 생명으로 인해 한없이 낮아지고 겸허해지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 전에는 자기 인생의 무게밖에 몰랐던 이들이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생명체에 대한 온전하고도 숭고한 책임감의 언어들이 한가득이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인지하지도, 체감하지도 못하는 것이 세상다반사인데 그 가운데 최고봉은 단연 ‘육아’라고 입을 모은다.

고되고 지쳐 나가 떨어질때면 아이는 또 거짓말같이 웃고 예쁜 짓을 보여주어 부모를 들었다놨다 하니, 육아나이테만큼이나 해학과 너그러움과 슬기가 빛을 발한다.

셋 이상 아이를 키운 집에서는 육아의 달콤함과 쓴맛을 다채롭게 맛본 경험치가 안겨준 서사를 뽑아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무한 돌봄과 육아로 좀비가 되었네 팬더가 되었네 말하는 부모는 급기야 ‘나는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디인가’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철학자가 되어갔다.

세상이 가진 사고와 행동의 틀을 벗어나 아이만의 속도와 색깔을 보고 눈을 맞춘 시간을 보낸 부모들이 말한다.

모든 아이들은 잘났다. 결국, 아이는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아이가 혼자 설 때까지 돌봄과 보살핌을 하는 것이 나의 몫이며 그 아이로 인해 내가 풍요로운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아이의 존재를 불안해하고 초조해했던 시간에 사과를 한다고.

아이의 시간과 언어를 알아가며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이 시대 모든 부모와 보호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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