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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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2.07.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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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경남 출신 부모를 둔 재일 한국인 작가 유미리(1)
재일 한국인 작가 유미리(1968~)의 아버지는 산청 출신이고 어머니는 밀양 출신이다. 일본 카나가와 요코하마 출생으로 극작가이자 소설가이다. 대표작에 <물고기 축제>, <돌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가족 시네마> 등이 있다.

최근 경남펜 지부(회장 윤지영)에서는 필자에게 전미 도서상 번역상(2020)을 받은 유미리 작가에 대해 특집을 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그 특집에서 필자가 할 몫은 유미리의 장편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에 대한 평설을 쓰는 일이었다. 필자가 유미리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2년 국제펜대회에서 유미리를 만난 데서 비롯된다.

유미리는 제78차 국제펜대회(2012년 9월 9일~15일)가 경주 현대호텔 등에서 열렸을 때 쏘울 국제펜 회장을 비롯해 월레 소잉카, 르 끌레지오, 오르한 파묵 등 3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더불어 참석했다. 그때 그는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 작가로서 핍박받고 활동하는 이야기를 발표하여 전세계 작가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필자도 그 대회의 한국펜 정대표로 참석했었는데 그 발표 도중 그가 아버지의 고향은 산청, 어머니의 고향은 밀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날 저녁 식당 휴게실에서 여러 작가들이 운집해 있는 가운데 필자는 일본말을 잘하는 이호철 작가에게 유미리씨의 아버지가 산청 출신이라는데 그곳이 어디인지 물어봐 달라 했다. 그 말을 알아들은 유 작가는 명함을 꺼내어 뒷면에 ‘生草’ 두 글자를 적어 내게 주었다. 그 이후 생초면을 거쳐 화계리로 갈 때마다 유 작가의 부친 고향마을 눈대중으로 짚어보았다. 그러나 눈짐작일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산청에서 세계전통의약엑스포(2013년)가 열리는 때를 맞아 필자는 산청군 문화관광계 쪽에 연결하여 재일본 한국인 작가 유미리씨가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드러내고 있으니 ‘엑스포 홍보대사’로 추대하고 대회기간 중에 초청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뜻을 밝히고 유 작가의 명함에 있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 뒤 마침 주최측으로부터 일본 갈 일이 있어서 방문하면 좋겠다는 대답까지는 받았다. 그러나 그 후일담은 산청군이나 대회 본부쪽 어디로부터도 감지할 수가 없어 서운한 감정으로 지내다가 그 사실마저 잊게 되었다.

이번 경남펜클럽 연간지 특집 건으로 유미리의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일명 JR 우에노역 공원 출구)을 찾아보니 우리나라 출판사 소미미디어에서 강방화 번역으로 2021년 9월에 출간되었음을 알게 되고, 이 단행본이 필자의 손에 들어왔다. 그런데 뒤에 붙여진 초판 <작가의 말> 끝에 2014년 2월 7일이라 적혀 있어 일본에서 초간본은 이미 7년 전에 나왔던 것이고 그 초간본이 전미 도서상 번역상을 받은 때로부터는 6년 전에 나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리산 정기를 받은 당당한 가계 출신이라 그럴까? 그는 뼈대가 있는 작가이다. 이번 전미 도서상 번역상 받은 뒤 전 일본 언론에서 “일본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전미 도서상을 받았다”고 칭찬이 대단한 흐름이었을 때 그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일본인 작가가 아닙니다. 재일 한국인 작가입니다”라고 바로 맞받아친 것이었다.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말은 바르게, 꼿꼿이 서서 굽히지 않았다. 어째 연약한 여인이 이런 강단이 있다는 것일까? 일본 언론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보나 마나다. 그때마다 그의 소설은 일본 기류와는 역으로 대대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었다. 이를 역주행 베스트셀러라 한다. 미워 죽겠으면서도 이를 갈면서 주머니를 털고 책장을 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유미리의 작가지향은 “나는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한다. 정신이 삶의 뿌리에 가 닿는다. 유미리가 경주펜대회 체험담에서 이미 그 저항적인 작가의 의식을 드러내 보였을 때 그는 앞으로 세계적 지향과 보편적 주제의식으로 선 굵은 작품을 쓸 것으로 예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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