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전문기자의 씨앗과 나무] 모데미풀
[박재현 전문기자의 씨앗과 나무] 모데미풀
  • 경남일보
  • 승인 2022.07.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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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외로움 달래주는 지독한 사랑꾼
 
모데미풀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 //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 하늘의 손을 잡고 // 그윽한 눈빛으로 / 바라만 보아도 // 하늘은 눈물을 그치며 / 웃음 짓는다 // 외로움보다 독한 병은 없어도 / 외로움보다 다스리기 쉬운 병도 없다 // 사랑의 눈으로 보고 있는 / 풀은 풀이 아니다. 땅의 눈이다’

문효치 시인의 ‘모데미풀’이라는 시 입니다. ‘하늘이 외로운 날엔 풀도 눈을 뜬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하늘이 외로워 우울해하거나 슬퍼할 때, 하늘은 비를 통해 지상에 에너지를 주지요. 하늘의 역설이라고나 할까요. 하늘은 슬픈데 지상은 의외로 생명이 싹트고 희망이 솟아오르는 거죠. 왜 하늘이 땅을 바라보고 있고, 땅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서로 마주 보고 있지만, 하나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요. 제가 이 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구는 마지막 연에서 나오는 ‘풀은 풀이 아니다. 땅의 눈이다’라는 말이에요. 절창입니다. 풀을 우리는 그저 밟고 다녀도 되는 잡초로 여겨왔어요. 그러나 그 풀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었을 때 바라보는 풀이 되었죠. 그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밟고 다녔던 풀이 신비한 약효를 보이면, “와!” 하며 달려가 애지중지 다루게 되는 게 인간의 나약한 마음인데요. 그런 풀이 그냥 풀이 아니죠. 땅이 세상을 보려는 눈(目)이죠.

모데미풀(Megalanthis saniculifolia Ohwi)은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 모데미풀속(Megalanthis Ohwi)인데요. 모데미풀 한 종이 여기에 유일하게 속해 있어요. 덕유산, 태백산, 설악산 등 산 능선이나 계곡 근처에 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산 능선이라면 하늘이 아주 잘 보이는 지역입니다. 계곡 같은 습한 지역에서도 햇살이 비집고 들어오는 틈새에 반짝 빛나는 모데미풀 꽃을 발견할 수 있지요. 모데미풀은 하늘과 땅이 잘 보이는 그곳에서 땅의 눈의 역할을 잘하고 있죠. 땅의 눈이 되어 하늘의 표정도 살피고, 하늘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지켜보고 하늘과 소통하는 땅의 전령사 역할을 하고 있죠. 낮이면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에게 땅에서 자라는 풀 나무들의 대소사를 알려주기도 하고, 밤이면 수많은 별에게 땅의 꿈 이야기도 들려주고요.

모데미풀의 꽃말은 ‘슬픈 추억, 아쉬움’이라고 합니다. 하얀색 꽃은 뭔가 아쉬운 추억이 있거나 슬픈 추억을 지닌 색인데요. 순수하다는 의미도 있겠죠. 1935년 전라북도 남원의 운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곳 지명인 ‘모데기’를 따 모데미풀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특산종이지요. 국립생물자원관의 한반도 생물다양성 정보를 보면 일제강점기 최초로 채집되어 일본 식물학자가 학명을 정했다고 합니다. 일본식 이름은 모데미사우인데 사우는 현재 표기로 소오라고 쓰고 ‘풀’을 의미하죠. 모데미소오는 모데미풀을 말하는 것이죠. 처음 발견된 모데미라는 지명은 지금의 지리산 둘레길 1코스가 있는 남원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회덕마을, 노치마을로 불리는데 이 회덕마을의 옛 지명이 모데기였다고 합니다. 일본인 식물학자 지사부로 오오히가 이름을 모데미로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군요.

키가 20~40㎝ 정도까지 자라는 다년생 풀입니다. 잎은 모여 나와서 줄기를 둘러싸는 모양입니다. 잎의 가장자리는 톱니처럼 뾰족뾰족한 모양이죠. 이른 봄 부터 4~5월쯤에 2㎝ 남짓의 작은 하얀색 꽃이 핍니다. 실은 하얀색 꽃잎 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 입니다. 다섯 장의 하얀 꽃받침 한가운데 수술처럼 보이는 7~8장의 꽃잎과 다수의 수술이 있습니다. 5장 또는 6장의 하얀 꽃받침은 방사형으로 대칭을 이루며 곤충들의 눈길을 끌어들입니다. 노란색 꿀무더기로 유혹한 곤충들은 모데미풀의 생존을 위한 작업에 열심히 동참하지요. 꿀은 얻어가고 꽃가루는 다른 꽃으로 옮겨서 수분을 해주는 것이지요.

하얀 꽃받침도 잎처럼 끝부분에 작은 톱니모양이 보입니다. 키가 작은 풀인 탓에 하얗게 피는 꽃이 땅에 딱 달라붙어 보이는데요, 그래서 ‘땅의 눈’이라고 시인은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꽃줄기 위에 옹송그레 피는 하얀 꽃은 사람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하얀 눈 가운데 눈을 녹이며 피는 꽃이 이제 봄이라고 외치는 것 같지요.

그러나 이런 모데미풀에는 독성이 있어 식용이 불가합니다.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은 독성이 있는 것들이 좀 있습니다. 하기야 꽃과 잎이 작아 먹을 만한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저 어여쁜 꽃을 감상하는 것으로 눈요기는 충분합니다.

운봉에서 발견된 특징을 살려 운봉금매화, 금매화아재비라는 별명도 갖고 있어요. 학명에 들어있는 Megal은 희랍어로 ‘크다’라는 뜻이고 에란티스(Eranthis)는 너도바람꽃의 속명인데요. 그 말을 합쳐 생각하면 ‘너도바람꽃을 닮은 큰 꽃’이라는 의미가 되겠지요. 모데미풀이 작고 어여뻐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어 문제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모데미풀을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정했고, 산림청과 환경부에서 멸종 위기 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어요. 분포지가 한라산, 지리산, 태백산, 광덕산, 설악산 등으로 높고 깊은 산에서만 자생하지요. 찾기조차 어려운 귀하디 귀한 꽃인데요. 관상 가치가 높아 남획이 문제가 되었지요. 백방으로 노력해 인가에서도 키울 수 있도록 연구를 해봤다지만, 생육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아직은 재배기술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특산식물 : 전 세계에서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고유종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지키지 못하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먼 훗날 식물도감에 사진으로만 남게 된다면 후손들에게 몹쓸 짓을 하게 되는 거겠지요. 지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식물들이 멸종하지 않도록 돌보고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박재현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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