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우물 안에서 국제관계를 보는가
[경일시론]우물 안에서 국제관계를 보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2.07.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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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바깥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중·일·러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와 먹거리의 대부분을 해외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지경학적 여건 때문이다. 국제문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이해와 대외전략이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일반인들도 다 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처럼 주변국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외환경을 무시하는 나라도 없다.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지 한국만 모르고, 북한이 얼마나 위험한지 한국만 신경 안 쓰고, 일본이 대단한 나라인데도 한국만 무시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회자된다.

심각한 문제는 국제사회와 주변국을 이해하는데 우물 안에서 하늘을 쳐다 보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이 몸에 배어 있다는 점이다. 국제정세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뒤로하고 우리의 희망과 기대가 섞인 사고에 젖어드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상대국의 전략을 음모론적으로 해석하고 우리 입맛에만 맞춤으로써 현실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주변국을 이해하려 든다.

중국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지나치게 우호적이다. 힘이 커진 중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더불어 한국을 우호국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동중국해에서 일본의 우위를 밀어내려 하고, 남중국해에서는 인공섬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세력권을 확장하려 한다. 지역 안보차원에서 보면 분명히 공세적인데, 우리는 우호적으로 대하려는 경향이 크다. 이는 북한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중국을 이해하려는 습성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미·중관계의 틀에서 사드에 대응하는 중국의 반발에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중국은 북한보다 한국편이라는 기대에 찬 전망을 하다가 오히려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중국 대외 인식의 저변에 있고, 완충국가인 북한을 쉽사리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이해관계를 아는지 모르는지….

일본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지나치게 단선적이다. 일본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과거사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방식에 익숙하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가해자이니까 한국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간주한다. 한국과 일본이 현재와 미래에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아예 뒷전이다. 일본 없이는 한국의 안보 시스템과 경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한국의 인구학적 생태나 경제생활이 2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애써 외면한다. 어쩌겠는가. 과거 일제강점기 시대의 만행과 각종 형태를 생각하면 씹어 먹고 싶도록 분하고 원통하지만 힘이 약한 우리가 일본을 능가하는 강대국이 될 때까지는 참고 또 참으며 힘을 길러야지....

미국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지나치게 편향적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땐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했다. 미국 쇠고기 먹고 건강을 해쳤다는 이를 아직 보지 못했다.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데도 사드 배치에 따라오는 레이더 때문에 농작물이 손상된다는 논리가 괴담처럼 나돌았다.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은 당연시하면서 동맹을 강화하는 움직임에는 반대부터 하고 나선다. 반미에는 목청을 높이는 시민단체가 중국의 압력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지 북한의 핵개발과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왜 시위를 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국제사회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강대국의 속성을 깨알같이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의 운명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워질 수 있다. 미국이 언제까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도, 일본은 우리가 생채기를 내도 우호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중국이 언젠가는 북한을 버리고 우리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환상도 전부 재점검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우리 뜻대로 돌아가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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