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오후
마을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거리두기도 아무 소용이 없다
다들 어찌 그리도 사연이 많은지
이리도 고요한 시끄러움이 세상 또 있을까
―김현희(두원공과대학교 간호학과), ‘북적거리는 우리 마을’
이승 사람의 마을로 치자면 이보다 좋은 마을은 없겠다. 구획된 공간에 같은 평수로 들어앉은 집들, 햇살과 바람이 막히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 집의 평수와 모양이 한 가지여서 특별한 부자나 특별히 가난한 이도 없어 보이는 곳. 소득 격차로 인한 갈등이 사라진 곳.
한 가지 다른 것이라면, 현세의 동네보다 저마다의 사연이 함께 사장된 곳이라는 점이다. 이유 없이 이 동네에 든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인데, 그 사연이라는 것이 이 마을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창작자는 이 마을의 사연들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우리 곁으로 데려와 한 생의 우여곡절들을 듣게 한다. ‘우리’를 공유하게 된다. 이때, 각기 사는 방식이 다를 뿐, 이승의 마을이나 저승의 마을은 ‘우리 마을’이 된다. 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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