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래길을 가다 [9]화전별곡길(7코스)
남해 바래길을 가다 [9]화전별곡길(7코스)
  • 김윤관
  • 승인 2022.07.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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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림의 바다


화전별곡길은 주황색지붕을 가진 집들이 이국적인 독일마을을 지난다. 이곳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파독광부와 간호사 이야기가 있다. 1960년대 그들의 수고가 바탕이 돼 우리나라는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코스는 미조항을 한 바퀴 돌아 회귀했던 섬노래길(8코스)기점 천하마을에서 출발한다. 이번에는 도로가 아닌 가마봉(453m)산 방향으로 올라간다. 총 주행거리 17㎞ 중 절반 정도가 이 가마봉을 오르내리는 임도산행이고 나머지는 들길 혹은 마을 앞을 지나는 도로주행이다.

덥다 못해 뜨거운 폭염 속에 편백 숲속 임도를 걷는 것은 강렬한 햇빛을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양 어떻게 피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나마 지열이 푹푹 올라오는 도로 위를 걷는 것보다는 위안이 된다.

이 코스에서는 남해 섬이 넓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가마봉 줄기 정자에서 좌우에 펼쳐지는 산과 바다를 굽어보면 이곳이 섬이 아니라 대륙의 한조각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첩첩산중이다.

화전별곡길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화전은(花田)경북 의성군에 있는 땅이름이다. 목련꽃 자생지로서 ‘만발한 꽃밭’을 이룬 데서 붙여졌다. 화전별곡(花田別曲)은 조선중기 김구가 남해 유배시 아름다운 풍경과 감회를 읊은 6장의 별곡체. 그는 산천이 수려하고 뛰어난 인물을 많이 배출한 남해를 찬탄했다.

 
 

▲천하마을몽돌해수욕장 출발→편백숲 임도→내산정상 팔각정→계곡→나비생태공원→바람흔적 미술관→내산마을→봉화마을→독일마을→물건항 도착. 총 17㎞ 6시간 30분 소요. 난이도 ★★★
 
남해 금산 원경

▲오전 9시 30분, 천하마을 대형입석을 지나 왼쪽으로 틀어 가마봉 산 쪽으로 들어간다. 산재한 독가촌 너머 먼곳에 남해 금산의 화강암바위지대가 펼쳐져 있다. 금산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은 허연 화강암과 범상치 않은 바위군의 조형성 때문이다. 특히 큰 낭떠러지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독특한 형태의 상사바위가 독보적이다. 임도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산마루에 움푹 파인 곳에 서 있는 정자가 남해지맥 상 이름 없는 고개이자 산마루이다.
 
천하저수지

첫 번째 만나는 천하저수지, 상수도 보호구역답게 정갈하다. 병아리깃처럼 노란 아침햇살을 받은 초록풀과 물이 깨끗한데다 수면 위에 드리운 나뭇가지 풍경까지 예쁘다.

이곳에서부터 8㎞구간까지 탈출로가 없는 임도임을 알리는 입간판을 따라 구불길을 걷는다. ‘97임도’는 남해군 봉화면에서 미조면 송정을 연결하는 것으로 97년 완공했다는 의미이다.

금산 보리암 건축물이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다가온다. 고사리와 같은 양치류가 나지막하게 깔려 있는 산 어귀에 편백나무 군락이 하늘을 찌를듯하다. 거대한 편백림의 바다,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의 이국적인 모습 때문에 카메라에서 눈을 뗄수가 없다. 깊고 깊은 숲속으로 꼬리를 감추는 모롱이길은 꿈에서나 본 것처럼 아득하다. 그래서 드는 생각, 화전별곡길을 차라리 편백숲길이라고 하면 어땠을까.

출발후 1시간 20분만에 팔각정자가 있는 정상에 닿는다. 남해지맥이 지나가는 산행코스로 남해인들 뿐만 아니라 지·정맥종주를 하는 산 꾼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멀리 금산 쪽 보리암 오른쪽에 최대의 바위군 순천바위가 위용을 드러낸다. 먼곳인데도 화강암 규모가 워낙 커서 위압감이 들 정도다. 실제 높이가 80m에 이른다고 한다. 정상에 서면 순천이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바다 쪽 여수나 일본 대마도가 조망이라면 이해가 빠르겠는데 굳이 여수를 피해 순천이라고 한 걸 보면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듯하다. 내산 초등학교 혹은 내산 편백자연휴양림에서 오를 수 있다.

정오께 나무를 베어 산더미처럼 차곡차곡 쌓아 놓은 현장, 미관상 거슬리는데 하루 빨리 처리가 필요해 보였다. 당국의 허가를 받고 간벌한 것이겠으나 인근 곳곳에 세워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팻말이 무색하다.

산중 길옆 습지에는 물이 얕게 흐르고 수생식물들이 조금씩 보였다. 두발로 뛰어 봤더니 습지 특유의 푹신푹신한 이탄층이었다. 습지 생물과 식물이 서식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만 남긴다.

출발 3시간 20분만에 내산지를 돌아간다. 1997년 농어촌 용수개발사업일환으로 완공한 인공호수다. 섬 지역임을 감안하면 유역면적이 꽤 넓었다. 호수 변 가장자리를 돌아나올 때 들려오는 계곡의 물소리…, 더위에 지쳐버린 취재팀의 발길이 그 소리에 이끌렸다.

양옆으로 숲이 우거진 개울에는 차가운 물이 흘러 발을 담그기에는 금상첨화였다. 피라미 수십마리가 달려들어 살갛을 콕콕 쪼는 게 닥터피시를 연상케 했다. 남해 최고의 피서지로 손색없는 계곡이었다.

 
내산저수지로 유입되는 계곡물

계곡을 빠져 나오면 본격적인 도로 구간이다. 언젠가부터 텃새화한 민물가마우지 몇마리가 더위를 즐기는 건지 물속이 아닌 바위 위에 앉아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서식환경이 좋아지면서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는 전국에 집단 서식지 30여 곳이나 된다. 환경부는 가마우지 개체수를 3만여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산간계곡의 몇 마리의 개체수는 괜찮지만 집단서식지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보호종 민물고기를 싹쓸이 하고 하얀 똥섬을 만들어버리기도 하고 백로의 둥지를 빼앗는 기현상도 일으킨다.

나비생태공원은 나비의 생장 과정을 주요 테마로 만든 국내 최초의 공원이다. 하늘에서 봤을 때 남해군지형이 나비와 닮은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면적 1965㎡에 달하는 나비생태관과 165㎡의 애벌레관을 비롯, 동물체험장을 갖추고 있다. 알에서 성충까지 2%의 생존율을 가진 나비의 한살이를 배울 수 있다.

출발 4시간만에 바람흔적미술관 앞을 지난다. 키다리 바람개비와 아름다운 자연의 환상적인 어울림! 바람흔적 미술관은 설치미술가 최영호 작가가 바람개비를 주제로 만든 미술관이다. 합천 1호에 이어 이곳에 2호를 만들었다. 입체공간, 조각공원으로 무인 운영되며 입장료와 대관료는 없다. 바람이 센날 일제히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장관이다.

‘고향의 강’이라는 애칭이 있는 ‘화천’을 따라 내려간다. 화천 소나무숲의 쉼터, 소나무 수형이 아름답고 수령도 100년을 헤아려 싱그럽다. 화천 개울이 흘러가고 그 옆으로 부드러운 잔디가 깔린 평평한 곳에 야외벤치가 놓여 있다.

바래길은 이곳에서 봉화마을까지 들길과 물길을 따라 간다. 사람의 길 도로도 같은 방향으로 나 있다.

갑자기 참새 떼가 하늘로 솟구쳤다. 그들의 목표는 풍년을 꿈꾸며 서둘러 모내기를 한 농업인 벼논, 다가가보니 수백마리의 참새들이 달려들어 벼논을 작살내고 있었다. 반짝이 울타리를 설치한 것도 무용지물, 농업인의 땀이 서린 수고로움이 단 한번에 망가지는 풍경이었다. ‘훠이∼훠이’ 손을 휘저어 보지만 허공을 가를뿐 이들은 이내 밀물처럼 다시 달려들었다.

 
독일마을 사진제공=남해군청
봉화마을을 거쳐 독일마을로 올라간다. 당시 우리 광부들과 간호사들은 독일 지하막장에 들어가 무연탄을 캐거나 병원의 간호업무를 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들은 현지에서 생활비만 쓰고 고국으로 송금을 했고 그 돈이 조국근대화의 밑거름이 됐다. 이들이 은퇴한 뒤 남해에 독일향수를 담아 마을을 이루고 정착했다.

금요일 평일임에도 전국 각지에서 몰린 관광객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뿡뿡거리는 경적소리 사람들의 목소리가 범벅이 돼 시끌벅적했다. 여생을 조용히 보내기위해 온 어르신들의 스트레스가 있다고 한다.

김윤관기자

 
팔각정자
 
벌채된 나무더미
 
화강암지대
순천바위
화천솔숲
민물가마우지
대왕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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