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산불예방임도로부터 산불 탈피
[경일포럼]산불예방임도로부터 산불 탈피
  • 경남일보
  • 승인 2022.08.0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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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산불은 남동 알래스카, 북서 유럽 해안, 열대우림 등지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1987년 중국 대흥안령에서 발생한 산불은 약 1개월 동안 100~130만ha의 산림을 소실시키고 193명의 인명피해를 냈으며, 1988년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산불은 약 3개월 동안 70만ha의 산림을 소실시킨 바 있다. 산불은 산림생태계에 급격한 변화와 함께 환경적인 악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지구환경보전 차원에서의 산불방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고, 2000년 강원도 고성과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과 올해 봄, 그리고 얼마 전 밀양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우리를 경악시킨 바 있다.

50년 만의 최악의 겨울과 봄 가뭄, 돌발가뭄으로 인한 산불은 이제 봄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봄과 가을철이 건조하고 바람도 자주 불기 때문에 이 기간에 전국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데, 특히 3, 4월에 많이 발생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통계적 산불 발생도 변화하고 있다. 아까시나무꽃이 피면 산불은 끝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버린 것이다. 산불발생건수도 2022년 432건으로 전년 대비 1.8배, 피해 면적은 2만 4386헥타르로 34배나 증가하고 있다. 또 산불발생 건수 당 피해 면적은 약 54.8헥타르로 전년 대비 1727%가 증가했다. 실로 상상 불가능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올해는 2000년 이후 최다 9건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2월에 영덕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 약 405.7헥타르를 비롯해 6월에는 밀양에서 발생한 산불로 약 763헥타르가 탔다.

산림청 산불통계에 따르면 산불발생원인의 대부분이 등산객의 실화, 어린이의 불장난, 논·밭두렁 태우기, 무속 행위 및 군사훈련 등 인위적인 요인에 따른 사소한 부주의가 전체 산불 발생 원인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그 심각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민간 공동의 노력으로 단기간에 녹화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녹화 성공국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그동안 조림한 나무들이 성장해 울창해지면서 불에 잘 탈 수 있는 낙엽층이 두꺼워져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생각한다면 작은 실수 하나로 발생한 산불이 급기야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가 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산을 찾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산불위험은 증대되고 있다.

산불은 발생시 조속히 진화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산불진화임도가 발달하지 않아 불을 끄려고 해도 산불진화인력이 산불지역으로의 진입이 어렵다. 그저 헬기를 이용한 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이다. 기존에 간선임도가 있는 지역도 있지만, 유효너비 3.0m 이상의 간선임도는 산불발생시 진화 차량의 교행을 위한 충분한 도로 폭(3.5m∼5m)을 갖지 못해 산불진화임도의 필요성이 경각에 달린 수준이다. 산불진화임도는 산불 예방 및 진화 활동에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임도로 산불발생시 방화선 역할과 진화 장비 및 진화인력의 투입 통로, 평상시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임도이다. 사업비도 높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산불진화임도로의 전환을 위한 예산의 지원과 배정이 절실하다. 이렇게 산불진화임도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환경론적 입장에서는 임도개설로 인한 산림훼손을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산불진화임도의 불비로 인해 벌어지는 산불로 인한 2022년 한해 발생한 대형 산불피해 면적 약 2만 3877헥타르는 2011년부터 2020년 임도개설로 인한 산림훼손면적 약 3312헥타르에 비해 7배가 넘는다.

산불 예방과 진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의 후손들이 대대손손 건강한 환경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산림을 잘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순식간에 수십 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산불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불진화임도를 순환할 수 있도록 설계 시공하여 다방면의 산불 진화에 대응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산불로 잃은 산림이 지금도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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