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의 책읽는 하루] 랜디 포시 作 마지막 강의
[유수연의 책읽는 하루] 랜디 포시 作 마지막 강의
  • 경남일보
  • 승인 2022.08.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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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선 교수가 들려주는 인생의 나침반 이야기
혹시 여러분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여생을 차분히 잘 정리할 수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더 살지 못한다는 절망감으로 여생을 마음 편히 보내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3~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도 “오늘 바로 여기만 생각해. 기가 막힌 날이잖아. 내가 얼마나 즐거운지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어”라며 현재의 삶을 즐기고, 가족의 향후 계획과 어린 세 자녀들에게 본인이 배운 삶의 지혜를 알려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마지막 강의’를 진행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카네기멜론대학에 재직했던 랜디 포시 교수인데요. 그는 대학교수이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췌장암 환자였습니다. 그의 마지막 강의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전해주었고, 그가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출판한 책이 바로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릴 ‘마지막 강의’라는 책입니다.

랜디 포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명문 대학인 카네기멜론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카네기멜론 대학의 행사인 ‘마지막 강의’를 부탁받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항암치료에 실패하게 되고 간으로 암이 전이되면서 3~6개월만 살 수 있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됩니다. 여생을 원망, 불안 속에서 살 수도 있지만 랜디 포시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이십 년은 더 살면서 내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많은 것들을 어떻게 짧은 시간에 다 전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제 5살, 2살, 18개월 된 자식들의 삶에 나침반 역할을 하기 위해 마지막 강의 진행하기로 결심합니다.

랜디 포시는 고민 끝에 강의 주제를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로 정하고 강의 당일까지도 자료를 이리저리 보완하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어릴 적 꿈들과 다시 연결될 수 있게 도울지 고민합니다. 강의 당일, 강의실은 정원 400명이 모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랜디 포시는 자신의 CT 촬영 사진에 있는 약 열 개의 종양을 보여주었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실, 현재 몇 개월 정도의 삶이 남아 있는지 등을 청중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항암치료 덕분에 꽤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청중들 앞에 섰으며 힘이 넘쳐 팔굽혀 펴기까지 보여주며 많은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합니다.

랜디 포시는 어릴 적 본인의 꿈들을 보여주며 강의를 시작합니다. 무중력상태에 있어보기, NFL 선수 되기, ‘세계백과사전’에 내가 쓴 항목 등재하기, 커크 선장 되기, 봉제 동물 인형 따기, 디즈니의 이매지니어(imagine+engineer·새로운 아이디어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획자)되기였는데, 이 중 대부분을 이루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어릴 적 꿈은 돈과 시간 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단지 꿈일 뿐인 것으로 치부되어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랜디 포시는 달랐습니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아서 많은 꿈들을 이루어냈을까요?

책에는 랜디 포시가 어떻게 꿈을 이루었는지를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해 주고 있는데, 그중에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꿈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많은 장벽들은 우리의 꿈을 가로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절실한지 알아보기 위해 존재한다”, “불평하지 마라, 그저 노력하라”, “당신은 묻기만 하면 된다” 사실 이 말들은 꿈을 이루기 위한 조언으로 이미 들어본 말들이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랜디 포시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무중력 체험을 하기 위해 NASA의 담당자와 연락을 했지만 지도 교수는 학생들과 같이 탑승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보통은 여기서 단념하겠지만 랜디 포시는 프로그램에 관한 모든 문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지역 신문기자는 탑승 가능하다는 것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지도교수 사퇴서 하나와 기자로서의 탑승 신청서를 보내기로 하며, 탑승 허가를 받아 냈습니다. 우리는 장벽이 나타났을 때 포기해야 할 여러 이유를 찾아가며, 시도조차 하지 않고 멈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랜디 포시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일단 그저 묻고, 그저 노력하며, 장벽을 넘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 장벽을 뛰어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지 못했더라도 다른 길을 찾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행동해 나가는 것은 조금은 무모할 수도 있으나, 어쩌면 더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랜디 포시는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새로 산 컨버터블에 조카들을 태우려고 할 때 누나는 아이들에게 “랜디 삼촌 새 차니까 조심해라. 타기 전에 발 털고, 아무거나 건드리지 말고”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랜디 포시는 조카들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올바른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유유히 음료수 캔을 따고 본인의 자동차 시트에 부어버립니다. 저 또한 물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저는 아이들 신발의 흙먼지가 새 차에 묻을까봐 “신발이 의자에 닿지 않게 타”, “또 청소해야 하잖아”라고 했었는데, 그랬던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랜디 포시는 누구에게나 유용한 ‘사는 방법’들을 심각한 교훈이나 고뇌를 덧붙이지 않고,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다 알고는 있지만 하지 않았던 일들에 관해서 명쾌하게 강의합니다. 실제로 랜디 포시는 3~6개월의 시간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9개월째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죽음을 이겨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때 그의 대답은 “더 오래 산다고 죽음을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잘 살고 꽉 찬 삶을 사는 것이 죽음을 이기는 것입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입니다”였다.

그의 대답처럼 우리는 자녀들에게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교훈으로 남겨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전에 우리는 자녀들에게 교훈으로 남겨줄 만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죽음 앞에 선 한 교수가 여러 사람들과 자녀들을 위해 준비한 글을 읽으며, 우리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수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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