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피박’ 쓴 교육부
[천왕봉] ‘피박’ 쓴 교육부
  • 경남일보
  • 승인 2022.08.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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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 심리학 교수 마이클 바엘리는 축구 경기의 페널티킥 사례를 다수 살폈다. 골대 너비를 좌·중·우로 삼등분했을 때 키커들의 슈팅 수는 세 방향 모두 각 3분의 1씩으로 대략 비슷했다. 하지만 골키퍼들의 절반은 왼쪽으로, 나머지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공이 날아들 확률은 같은데도 중앙을 그대로 지킨 경우는 거의 전무했다.

▶중앙에 그대로 서 있었을 때 공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날아든다면? 골키퍼는 지탄받기 십상이다. 정반대 쪽이 될지라도 몸을 날려 공을 놓치는 게 훨씬 성실해 보인다. 헛몸짓이라도 해야 골키퍼 자신도 덜 괴롭다. 소용이 없더라도 뭔가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다.‘면피 심리’라고나 할까.

▶우리나라 교육부는 골키퍼와 같은 면피(免避) 압박을 늘 받고 있는가.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새로 오면 한번씩 일을 저지른다. 지난날 3년이 멀다 하고 입시제도를 건드려 혼란을 일으킨 일이 떠오른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을 했다는 비난을 뒤집어쓴 일을 기억해내기란 어렵지 않다. 차라리 교육부를 없애버리라는 원성도 그때마다 일었다.

▶교육부가 ‘만 5세 초교 입학’을 꺼냈다가 거센 반대로 멈칫거리고 있다. 타당성 여부는 제쳐두자. 공약도 아니고 시급한 사회적 요구가 있지도 않았다. 70년을 이어온 만 6세를 새로 온 장관이 골키퍼 몸 날리듯 에멜무지로 집적이다가 된통 혼쭐이 난 거다. 뭔가 저질러야 교육부는 존재감을 드날리게 되나. 차라리 가만히 있었다면 ‘2등’이라도 할 걸 자아서 난리를 만들었다. 면피하려다 ‘피박’만 쓴 꼴이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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