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진주 사람, 박노정
[경일춘추]진주 사람, 박노정
  • 경남일보
  • 승인 2022.08.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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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구호 (경상국립대학교 강사)
조구호 


지난 달 30일 박노정 시인 추모문집 발간과 추모행사가 있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모문집 간행에 참여했고, 추모행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시인을 기렸다.

박노정 시인은 투철한 시민정신과 문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진주에 작지 않은 자취를 남겼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열어야 한다며 ‘진주신문’ 창간을 주도하여, 발행인과 편집인을 맡아 지역사회의 건강한 여론 조성과 감시자 역할을 했다. 부정과 불의를 외면하지 않는 정론직필로 진주 사람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환경운동연합,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진주문화연구소 등 지역의 역사와 문화, 시민운동단체의 설립과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끌며, 사회 곳곳에 누적된 폐단들을 개혁하기 위해 앞장 서 싸웠다.

2005년 진주성 의기사 ‘논개 영정 철거’는 시인의 성품을 잘 보여주는 일이었다. 논개의 영정이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것으로 밝혀져 관계 당국에 철거를 요청했지만, 당국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시인이 직접 철거했다. 그 일로 재판에 회부되어 벌금이 부과되자, 전국에서 벌금을 대납하겠다며 모금운동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시인은 “벌금 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노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인은 사람들이 나서기를 꺼리는 일에는 항상 앞장섰고, 지인이나 후배들의 어려운 일에는 발 벗고 나섰다. 그래서 좋아하고 지지하는 동료나 선배들이 많았고, 따르고 존경하는 후배들도 많았다. 특히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지역의 문학계에 많은 자취를 남겼다. 진주신문 ‘가을문예’를 실시하여 공정한 심사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2013년에는 진주시의 지원으로 형평문학상을 제정하여 문학도시의 이름을 드높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인은 자기를 드러내거나 자신이 한 일을 들먹이며 자랑하지 않았다.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 내세울 게 없다’며 남 앞에 나서기를 주저했다. ‘진주신문 가을문예’, ‘형평문학상’ 등의 행사 주관자로 어쩔 수 없이 청중 앞에 나가 인사를 해야 할 경우도 간단하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도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부정과 불의에는 누구보다 앞장 서 싸웠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온몸으로 노력했다. 시인의 그런 노력 덕분에 진주는 항상 중앙 언론의 주목을 받아 진주시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고,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는 이름도 덜 부끄러웠다. 진주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준 시인의 자취는 진주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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