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칼럼] 한국인은 밥심이다
[농업칼럼] 한국인은 밥심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2.08.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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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로 글로벌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밀·콩·옥수수 등 주요 국제곡물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은 바로 우리의 밥상 경제로 옮겨와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고 사료용을 포함한 주요 곡물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커 국제 곡물가격은 우리 식료품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예를 들어보면 국민간식인 치킨만 보더라도 사료값 상승으로 주재료 통닭 가격이 오르고 부재료인 밀가루와 콩을 원료로 하는 식용유도 원료가격 인상분에 포함되어 이미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원을 넘었고 3만원대를 찍을 날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수입 밀가루와 콩기름을 평생 저렴하게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 환상을 깬 것은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 더 식량 수급 불안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밀 수출의 28%, 옥수수 수출의 15%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밀 수출과 파종에 애로를 겪고 있고 가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도 증가할 것이라 경고하는 가운데 세계 식량안보 비중은 갈수록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인도네시아의 팜유, 인도의 밀 수출 금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주식으로 자리매김해온 쌀값은 되레 곤두박질치고 있다. 계속되는 소비부진이 원인이다. 1인당 국민 쌀 소비량을 보면 2012년 70㎏에서 2021년 56㎏까지 9년밖에 걸리지 않아 짧은 기간에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그만큼 식문화가 서구화되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는 쌀밥에 대한 오해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쌀을 복부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고단백 위주의 식이요법을 강조하는 등 각종 언론에서 검증되지 않는 기사를 내보내어 소비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예 아침밥을 거르거나 빵과 우유로 간단히 때우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식사 방식은 저녁에 과식으로 이어지고 에너지 대사량에 이상을 일으켜 오히려 비만이 되기 쉽다는 주장이 많다.

오히려 쌀에는 풍부한 식이섬유와 무기질, 지방, 단백질 등을 고르게 함유하고 있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을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많다. 최근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건강을 위해서 쌀을 먹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쌀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쌀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우리 한국인만 모르는 것만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아직 지구상에는 기아로 하루 숨지는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쌀 자급률이 90%를 넘고 있어 굶주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소중한 식량자원을 잘 보존하는 길은 하루 삼시세끼 쌀 소비의 확산밖에 답이 없다. 예로부터 “한국인은 밥심”이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 공동체의식과 혼은 고스란히 쌀밥 한 그릇에 녹아 있고 쌀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쌀 한 톨 생산에 88번의 농부정성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제정된 것이 8월 18일(八+八) 쌀의 날이다. 부디 바라옵건대 식량을 생산한 농부의 정성과 마음의 고향인 농촌을 생각한다면 오늘 저녁 갓 지은 쌀밥 한공기로 가족애를 다지고 더 건강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령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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