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메기와 고래
[여성칼럼]메기와 고래
  • 경남일보
  • 승인 2022.08.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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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지난 7월 고성가족상담소에서 주최한 제1회 고성인권영화제 GV에 게스트로 다녀왔다. GV는 Guest Visit의 약자로 영화 상영 시 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영화에 대하여 설명하고, 관객과 질의응답도 주고받는 무대를 말한다. 올해 처음으로 상영한 고성인권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영화 ‘메기’가 선정되었다. ‘메기’는 이옥섭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이주영) 등 4관왕에 올랐다. ‘메기’ 상영 후 진행자와 게스트 그리고 관객이 뜻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고래가 등장한다면 이옥섭 감독의 ‘메기’에는 어항 속 메기가 등장한다. 메기와 고래는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닮았다. 그런데 이들이 이끄는 극의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다. ‘우영우’의 고래가 긍정적 해답을 가져온다면 영화 속 메기는 어항에서 뛰게 되면 긴장을 가져온다.

영화 ‘메기’의 키워드는 청년이다. 그리고 청년을 중심으로 많은 사회적 이슈를 다룬다. 도심 곳곳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불법 촬영물, 청년실업, 집단따돌림, 재개발, 데이트폭력, 당시 가장 민감한 사회 이슈를 소재로 다루었다. 사회문제라는 무게와 다르게 영화는 유쾌하게 다룬다. 유쾌하게 다루다 보니 스크린은 밝지만, 영화 주제나 메시지는 밝지 않다. 영화의 주제와 화면의 색채가 충돌한다.

재개발 예정지에서 반대 시위하는 청년들은 마치 해안가에서 피서를 즐기듯 평화시위를 한다. 불법 촬영을 한 범죄행위보다 불법 촬영물에 찍힌 피해자에게 관심을 더 보이는 사회문제를 방사선실 성기 x-ray 촬영이라는 유쾌한 이야기로 다룬다. 방방이라는 놀이기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매달린 피해 아이를 가해 아이들은 해맑게 웃는 얼굴로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집단따돌림 한다.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는 싱크홀 현상은 사회문제이자 동시에 청년에겐 일자리가 된다. 데이트폭력 가해자였던 등장인물은 메기가 튀어 오르는 순간 일자리였던 싱크홀로 빠져버리는 반전을 가져온다.

싱크홀은 의심과 믿음을 말한다. 영화에서 사회문제를 경쾌하게 다루듯 싱크홀이 말하는 의심과 믿음은 상반된다.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구덩이에 빠지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구덩이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때 구덩이, 싱크홀은 벗어나야 하는 무언가이다. 영화에서 싱크홀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들의 희망이 되기도 하며, 악인을 처벌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모순적인 싱크홀은 현실에서 무엇을 뜻할까? 의심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는 맹목적 의심, 맹목적 믿음에 대해 경고한다. 영화 ‘메기’로 각자의 싱크홀을 찾아보길 바란다.

진주에도 뜻깊은 영화 상영 소식이 있다. 진주시 여성친화도시 공모사업으로 ‘#위왓치유’가 상영된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아동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디지털성범죄 현장을 다룬 영화다. 피해입은 아이가 순진하거나 어리석거나 맹랑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상상되지 않던 성인에 의한 아동 디지털성범죄 실상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본인의 피해를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저절로 “말해줘서 고마워,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믿어줘서 고마워”라며 꼭 끌어안게 될 것이다. 휴대폰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화내는 대신 디지털성범죄 예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이야기할 수 있다. 찾아가는 ‘위왓치유’ GV는 성인 대상 10회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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