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물 좋은 마산의 장과 술
[경일춘추]물 좋은 마산의 장과 술
  • 경남일보
  • 승인 2022.08.1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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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마산지역문화연구소장)
임영주 


마산은 물 좋은 곳으로 이름난 도시이다. 연유는 오래된 이야기로 고려 때 몽고군이 일본 정벌을 위해 마산에 정동행성(征東行省)을 설치하면서 부터다. 당시에 4만여 명의 군인들이 주둔하고 말들이 많아 목마장이 있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먹을 물이 필요해 여러 곳에 우물을 팠으며 몽고군이 물맛에 감탄했다고 한다. 그 중 남아 있는 우물이 경남문화재자료 제82호로 지정된 ‘몽고정’이다. 몽고정은 원래 ‘고려정’이었으나 1932년 일본인 단체 ‘고적보존회’가 바꾼 이름이다.

마산이 본격적으로 물맛이 유명한 곳으로 소개되기는 일제강점기 때이다. 1926년 일본인 ‘스와 시로’가 지은 마산항지에는 ‘수량이 풍부하면서 수질이 맑고 깨끗하여 감미로운 맛은 일찍부터 전 조선에서 제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수질검사 결과도 우수하여 물맛에 매료된 일본인들은 기후와 주변의 쌀 생산지를 보고는 일본 청주 생산의 최적지로 판단했던 것이다.

자료를 보면 마산은 1899년 개항했고 1904년에 일본인 최초의 양조장이 설립됐다. 그 이후 양조산업은 꾸준히 성장해 1928년에는 국내 지역별 술 생산량이 부산보다 많은 1위가 되었다. 좋은 술은 물맛, 온화한 기후, 질 좋은 쌀이 함께해야 하는데 마산은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1930년대 마산은 ‘주도(酒都) 마산’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그때 ‘관광 마산’의 광고지에는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술통과 벚꽃이 그려져 있었다.

일본이 식민지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마산을 주도로 부각시킨 면이 있겠지만, 물맛의 우수함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1930년대 술의 도시로 명성을 날릴 때는 청주공장이 무려 17개가 되었다. 마산이 양조업과 함께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장맛으로 일제강점기에는 5개의 장유공장이 있었다. 간장의 품질이 뛰어나 멀리 함경도 원산, 청진까지 팔려나갔다고 한다. 광복 후 식습관의 변화로 장유업체는 줄었지만 몽고정 옆에는 ‘물맛이 장맛이다’를 강조하면서 110년을 넘긴 장유공장이 아직도 성업 중이다. 일본인과 함께 청주는 사라졌지만 일본 주류회사에서 출발한 소주공장이 지역경제를 선도하면서 100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 외 1974년에는 맥주공장이 생겼으며 2000년대는 탁주가 발효식품으로 건강의 효능이 알려지자 탁주공장도 지역브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마산은 지금도 물 좋은 곳의 명성에 걸맞게 장과 술이 식품업계 대표브랜드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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